"생각은 진화하는 것"… '이념편향' 예봉 피해간 이병호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03.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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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상보)5.16·선거개입 등 즉답 피해…"국정원 정치개입은 범죄"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보위원회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보위원회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병호(75)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국정원 개혁 의지와 안보관, 정치적 편향성 등을 놓고 검증이 집중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과거 언론 기고와 강의 등에서 나타난 경직된 안보관과 이념편향성을 문제삼으며 집중 검증했다.



이 후보자의 자녀와 손자·손녀 등 8명이 미국·중국 국적자인 부분과 두 아들의 건보료 탈루 의혹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로 군 출신으로서의 안보관을 피력하고 국정원 개혁 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도 국정원의 과거 과오나 역사적 판단에 대한 질문엔 "연구해보겠다", "알아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자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몰랐다. 자동적으로 등기됐다"고 답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의원이 "군인 출신 국정원장의 안보관이 경직돼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하자 이 후보자는 "전 도그마를 경계하는 사람"이라며 "국정원은 국가 안위를 지키는 본연의 임무가 가장 중요하다. 국정원 정치개입은 국가안보를 흔드는 역사적 범죄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쾌도난마식의 개혁은 안 된다. 요체는 바른 운영"이라며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전문가로 구성되면 그것이 국정원이 경쟁력을 갖는 길이다. 장기적으로 상식과 기본에 맞게 나무 기르듯 국정원을 운영해 스페셜리스트를 만드는 게 개혁"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최고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이것 하나만큼은 꼭 해보겠다 하는 게 무엇이냐"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국정원이 지금 적극성을 잃어버렸다. 주눅이 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사기를 올리고 국정원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만들겠다"고 답했다.


또 "국정원장은 권력기관이 돼서는 안 된다는 평소 소신이 있다"며 "국정원을 운영하며 직원들로부터 권력기관이라는 의식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의원들은 국정원의 향후 국내정치 개입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국정원 개혁 의지를 검증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이 이 후보자가 과거 17대 대선 당시 외교안보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한 것과 18대 대선 당시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기고한 데 대해 "정치적 개입 가능성이 있지 않나"라고 질문했으나 이 후보자는 "제가 정치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가 적절한 인사인지 여부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제가 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국정원장 후보자로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게 적절이 않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과거 이 후보자가 언론 기고를 통해 '국정원은 조직적으로 선거개입할 수 없는 기관이다, 이에 순응할 직원은 사실상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당시 사사로운 자연인으로서 의견표출이었다"며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직원들 영혼이 있는데 그렇게 무서운 일을 했을까 싶은 신뢰의 마음이었다"며 적극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5.16이 쿠데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용어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국가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언론 기고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가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햇볕정책은 북을 돕는 이적행위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그렇게 표현한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 햇볕정책을 두고 '좌파정권'을 운운하며 비판한 데 대해서는 "사려깊지 못한 표현"이었다며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이념편향논란이 일으킨 다수의 발언에 대해 확답을 피하며 "생각은 발전하고 진화하고 깨닫는 것이다. 사적인 자격으로 의견표출한 것과 공인으로서 생각은 다르다"고 일관해 한 야당 의원으로부터 "유능하시다"는 응수를 받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도덕성 검증 과정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자신의 차남과 며느리, 손자·손녀 등 가족 8명이 미국 국적자인 데 대해서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 개인들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이익 충돌의 장에 사사롭게 사는 애들이 끼어들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국가관이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고 공직자를 생각할 땐 최악의 경우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역대 정부에서도 가족이 미국 시민권자면 민감한 정보기관 장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이 후보자의 장남과 차남이 아버지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고 아들도 몰랐다"며 "국내수입이 없으면 공단에서 자동적으로 등재되는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후보자로서 불법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검토를 안 해봤다고 솔직히 말씀드린다"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신경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너무 자신있게 말씀하신다"며 "불법은 아닐지 몰라도 얌체짓이고 탈법이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고 답하는 게 맞다. 검토해보시고 오후에 답해달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여당 의원들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계류돼있는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한 국정원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의 소임을 다하기 위한 '무기'로서 '감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후보에게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주문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과거 업보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며 의견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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