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다시 보니 서프라이즈인 기업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03.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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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685억원 전년대비 4% 감소. 영업이익 175억원 30% 축소…'

얼마 전 공개된 제주은행 (8,670원 ▼70 -0.80%)의 지난해 경영성적이다. 한 눈에 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어닝 쇼크'다. 그러나 제주은행은 실적발표 후 오히려 주가가 15%가량 올랐다.

휴대폰 메탈 프레임 부품생산업체인 KH바텍 (9,910원 ▼80 -0.80%)도 마찬가지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5900억원으로 전년대비 28.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50억원으로 반토막 가까이 났지만 실적발표 뒤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실적이 좋아야 주가가 오르는데, 두 상장사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매수'의견을 담은 리포트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상식에 벗어난 주가흐름이 나타난 것은 연간실적과 4분기 실적의 '미스매치'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보통 1~3분기 실적이 좋고 4분기에 경영성과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연말이 되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와 감가상각비, 대손충당금, 법인세 등 각종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4분기 실적전망이 자주 틀리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경기침체로 오히려 3분기까지 실적이 좋지 않고, 연말 들어 턴어라운드에 들어간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4분기에 거둔 이익이 연간 전체실적을 넘어서는 기업도 많았다. 1년 전체를 보면 '어닝쇼크'가 맞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어닝 서프라이즈'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제주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으나 연간으로는 175억원이 됐다. 4분기에만 무려 1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얘기다. 예전 분기 평균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제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경기침체를 감안해 잠재부실 등을 모두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말이 다가오며 이 작업이 마무리됐고 경기가 다소 개선되며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자산구조가 한번 형성되면 전체적인 이자수익이나 비용이 굳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4분기 실적개선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H바텍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9% 감소한 3436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69% 줄어든 173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4분기에는 2464억원의 매출액과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4분기 이익이 직전 3개 분기 총합을 넘어선 것이다. 4분기 실적개선은 올해 1분기로 이어지는 만큼 이들 기업의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H바텍은 주요 제품 납품확대와 고객기반 확대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23.2%, 128.4% 증가한 2658억원, 199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1015곳 기업 가운데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직전 3분기 평균을 넘어선 곳은 383종목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분기 영업이익이 평균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기업은 77종목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이엔쓰리 (1,719원 ▼47 -2.66%), 레이젠 (18원 ▼9 -33.3%), 파이오링크 (8,520원 ▼140 -1.62%), LG생명과학, 피델릭스, 만도, 티엘아이, 디오, 심텍, 진도, 아이크래프트, 인성정보, 예스24, 포스코강판, 오픈베이스, 에너지솔루션, 에스티오, 삼보산업, 유니슨, JYP Ent., 한일철강, 파루, S&K폴리텍, 와이엠씨, 인화정공, 베이직하우스, 조광ILI, 퍼스텍, 대우부품, 한라IMS, 대림통상, 선창산업, 이수페타시스 등이었다.



연초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가 나타난 기업이라면 올 상반기까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의류업체와 서적, 엔터테인먼트 등은 통상 4분기 실적이 좋은 계절성이 있기 때문에 전년 4분기 실적과도 비교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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