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폐지해야"VS"시기상조", 국회서 '격론'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03.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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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병영문화혁신위, '군 사법제도 개선' 공청회 개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군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군 사법체계 개선 소위원회 주최 '군 사법제도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에서 민홍철 의원이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군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군 사법체계 개선 소위원회 주최 '군 사법제도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에서 민홍철 의원이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에서 군사법원의 폐지와 존치, 개선방향 등을 두고 이례적인 '격론'이 벌어졌다.

국회 군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위 군 사법체계 개선 소위원회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군 사법제도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공청회를 열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는 사실상 군사법원의 '폐지'를 주장하며 토론에 불을 붙였다.



최 변호사는 "군사법원은 폐지돼야 한다"며 "헌법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고 지금까지 독립적으로는 어떠한 확실한 성과를 이룬 바도 없고 최근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윤일병과 같은 참혹한 희생자가 발생한 와중에도 이상한 강력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사단장 이상 고위급 성추행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군사법원이 사법기관이면서도 철저히 종속돼있다는 데 있다"며 "미군도 군사법원이 있지만 적법절차의 정신 사법권 독립 정신 지키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휘관의 사건 개입을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제도상 서열 높은 사람이 사건을 맡아야 하기에 제도가 유지되는 한 합참의장은 군인신분을 유지하면 절대 처벌받지 않는 모순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과거 서독에도 군사법원이 없었고 군사법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제국주의 군사법원을 창안했던 영국도 폐지했다는 점을 들어 세계적인 추세로 보아도 폐지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사법원은 평시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 요즘은 전방 오지에도 시군법원이 생겨 군사법원보다 가까운 경우가 많고 재판에서 전혀 특수성도 없다. 일각에서는 군사 보안, 비밀을 걱정하는데 그렇다면 군사 비밀과 관련된 어떠한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군 사법제도를 평시에 전혀 운영하지 않으면 전시 계엄상황에서 갑자기 허둥지둥 가능하겠냐"며 "군 특수성 입각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제 교수는 "특히 휴전체제 하에서 남북한이 정치,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 비춰볼 때 군사법원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같이 대규모 군대를 보유한 군사강국과 이스라엘, 이집트, 파키스탄 등 분쟁국 등 다수의 국가가 평시 군사법원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 "군 사법제도 개선은 지휘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장병의 인권보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사건 수사절차에 민간기관에 참여를 강화함으로써 대국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군 기강 확립'을 근거로 군사법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법무관리관은 △군기강 확립을 위해 군대 내 사건은 신속히 처리돼야 하고 △지휘관 중심으로 통합된 군사력 발휘하기 위해 지휘관이 병력이동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군사기밀이 유지돼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임 법무관리관은 "군 사법제도는 사법의 이념과 군 특수이념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사법의 잣대로 평가하면 전근대적이고 위헌적인 제도로 비춰질 수 있지만 군의 특수이념을 전제로 군 사법제도를 바라본다면 행정부 내 군사법원이 존재하는 것, 심판관제도, 관할제도 등이 나름의 의미와 기능이 있음을 발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동양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도 "궁극적으로는 군사법원 폐지로 가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날 공청회 중에는 "윤일병 사건이 군 사법제도 개선과 어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10년 주기로 제도개혁 요구가 나오는 것 같다", "10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 없다"는 등 '회의론'도 제기됐다.

공청회를 지켜본 김흥석 고등군사법원장은 "제도개선 필요성은 저도 느끼고 있지만 너무 선과 악의 관점에서 보거나 군사법원 유지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폐지하면 진다는 식으로 말하기보다는 효율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 국가안보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나 하는 게 통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문제는 제도 자체보다 운용의 문제, 군 지휘관들 인식의 문제로 기인한 측면이 많다"며 "개선이 아닌 폐지를 주장하는 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과거에 비해 군 법무관, 판사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긍정적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병영문화혁신위는 28사단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지난해 8월 발족했다. 군 사법체계 개선 소위는 이날 논의를 병영문화혁신위에 제출해 제도개선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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