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이 4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으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2015.3.4/뉴스1
로비를 합법화하되 부패고리를 끊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 미국도 공직자나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의 금품수수·이해충돌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법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이나 사립학교 교원등 민간부문은 규율하지 않고 있다.
4일 국회와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가 입법화된 국가는 미국 독일 등이 대표적이다. 금품수수 관련 미국엔 '뇌물(Bribery) 부당이득(Graft) 및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방지법'이 있다. 고의가 있는 뇌물과, 고의가 없더라도 공무와 관련한 금품수수(불법사례)를 구분해 처벌한다. 뇌물죄가 좀 더 무거워 징역은 최대 15년, 벌금은 25만달러 또는 수수액의 3배 가운데 큰 액수로 매긴다. 불법사례 수수는 2년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미국은 로비스트·컨설턴트 등이 공직자를 만났다면 그 일시와 사유를 기록, 이를 공개하는 '허용과 공개' 원칙을 갖고 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의원이) 특정 시기에 특정 이해관계자를 너무 반복적으로 만났다면 그 기록이 남는다"며 "그 의원의 특정한 입장이 과연 소신인지 로비에 의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도 적용되는 유럽연합(EU) 공직자 행동강령 모델법안은 공직자가 부당한 행동을 하도록 요구받는다고 판단하면 이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 신고하도록 했다. 소속기관장은 이를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공무원이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 없어도 처벌하고, 부정청탁도 엄격히 금지하는 것은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 김영란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적용대상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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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뇌물방지법은 공직자(국회의원 포함), 공직자로 선출·지명된 자, 공무수행 민간인 등을 규정했다. '공무'란 공직자의 지시나 위임으로 이뤄지는 일을 뜻한다. 이익제공 또는 제공을 약속한 자도 규제대상이다. 독일 형법도 공무원 또는 공적업무를 위해 특정 의무를 지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접대로비 문화 근절을 입법목표로 보고, 이를 위해선 '공적기능'을 수행한다면 일부 민간이라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사 직원이 그래서 포함됐다.
이처럼 해외입법례에서도 민간적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시행령 작업 등으로 조정될 여지가 있다.
김기식 의원은 입법 공청회에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김영란법과 같은) 입법례가 없는 이유는 국민기본권 침해 문제"라며 "독일은 논의는 있었지만 국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없다고 했고, 미국, 영국, 캐나다는 공공기관에서 어떠한 것도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