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리인하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 아니다

머니투데이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겸 건국대 특임교수 2015.03.05 06:10
글자크기
최경
[기고] 금리인하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 아니다


환 부총리는 4일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2월 물가상승률이 전년동기비 0.5%로 담배값 인상효과 0.6%를 빼면 사실상 –0.1%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금년 1월부터 반영되기 시작한 담배값 인상효과 0.6%를 제외하면, 2013~4년 연속 1.3%를 지속하다 작년 12월 0.8%로 하락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금년 1월 0.2%, 2월 –0.1%로 급락하고 있다. 물론 유가하락도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유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도 2.3%로 담배값 인상효과를 제외하면 1.7%에 불과해 한은의 물가목표(2.5~3.5%) 하한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물가상승률은 2012년 6월 이후 무려 34개월 연속 한국은행 물가목표 하한선을 밑돌고 있다.

이는 저물가 상당부분이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압력 하락에 따른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1월 중 소매판매증가율 –3.1%, 설비투자증가율 –7.1%, 수출증가율 –3.4%로 소비 투자 수출 등 수요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추락해 산업생산증가율도 –1.7%로 주저앉고 있다. 그 결과 잠재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실제GDP 비율인 GDP갭률도 2012년 이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최근 경기부진으로 그 폭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2~3%를 기록해 오던 물가상승률이 1992년 1993년에 1.7%, 1.3%로 하락한 후 1994년에 0.7%로 떨어지고1995년에 –0.1%로 추락하면서 장기디플레이션에 진입했던 일본과 궤적이 유사해 한국경제도 일본 장기디플레이션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을 두고 보다 공격적인 금리 환율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아베노믹스 설계자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는 “한국 상황이 과거 1990년대 초 일본과 유사하다. 일본의 가장 큰 패착은 경기침체에 들어선 후 금리를 낮췄다는 것인데 한국은행은 일본은행의 실패를 닮아가는 것 같다”는 경고를 하면서 금리를 제로수준 까지 낮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는 미국 연준처럼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보다 많이 공급해 경기를 부양해야 리플레이션이 되면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금리 인하로 원화가치를 절하해 수출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했다.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대 교수, 로렌스 서머스 하바드대 교수는 세계경제가 장기정체(secular stagnation) 국면에 들어가고 있으므로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1~2% 정도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올들어 전세계 통화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1월 1일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3월 1일 중국에 이르기까지 17개 중앙은행 35개국(유럽중앙은행 19개국 포함)이 금리 인하, 통화가치 절하, 양적 완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미 양적 완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외에도 유럽중앙은행과 스웨덴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미국식 양적 완화정책에 동참하고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다. 교환성 기축통화가 아니라서 금리인하나 양적 완화정책이 효과가 적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게 됐다.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시간도 많지 않다. 물론 가계부채 우려도 크다. 그러나 자본유출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 안정적인 자본이동관리로, 가계부채는 건전성 규제로 안정화시키는 것이 정도다.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에 더 이상 좌고우면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