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21세기 건축의 기적' 일군 '쌍용건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5.03.0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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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50주년, 한국 건설魂이 빚은 ‘세계의 건축물’]<1>쌍용건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편집자주 세계 어디에나 그 나라나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존재한다. 주택에서부터 플랜트까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용도와 상관없이 그 존재감만으로 국부와 국력 또는 문화를 상장하는 건축물이 있다. 그 속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피와 땀이 빚은 자랑스런 ‘메이드 인 코리아’들이 상당하다. 올해 한국 건설기업들의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을 맞아 한국건설 혼(魂)이 빚은 ‘세계의 건축물’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도시국가 싱가포르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개성만점의 빌딩들이 즐비하다. 성냥갑처럼 같은 모양의 빌딩은 찾아보기 힘들다. 싱가포르 정부가 정책적으로 같은 디자인의 빌딩 건축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개성 넘치는 빌딩 숲 속에서도 화룡점정은 있다. '현대판 피사의 사탑',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리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그 주인공. 2010년 3월 준공된 이 호텔은 현재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관광산업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꼽힌다.



국내에도 손꼽히는 해외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발주처조차 설계 도면을 보고 '미친 짓'이라고 했던 이 기적 같은 호텔을 세계 최고의 건축 기술을 자랑하는 쌍용건설(회장 김석준)이 27개월 만에, 그것도 1200만 인시 무재해로 완공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쌍용건설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2007년 9월. 공사비만 총 9억2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했다. 공사규모뿐 아니라 내용도 획기적이었다. 지하 3층~지상 57층 3개동을 들입(入)자형 구조로 만들기 위해 양측 건물을 52도 기울게 세운 것.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시공 모습. / 자료=쌍용건설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시공 모습. / 자료=쌍용건설
'현대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게 된 이유이지만 실제 피사의 사탑(5.5도)보다 10배 더 기울어져 있다. 압권은 3개의 건축물이 떠받치고 있는 스카이파크. 전망대·정원·수영장 등이 있는 스카이파크는 축구장 약 2배 크기(1만2408㎡)에 무게만 6만톤에 달한다.

쌍용건설은 건물을 기울이면서 6만톤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경사구조 시공 공법과 특수 가설 구조물 설치 공법 등 첨단공법을 총동원했다.

건물에 들어간 철근량도 엄청나다. 철근 길이는 2만7232㎞로 지구 지름의 2배가 넘는다. 콘크리트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2500㎥) 78개를 채울 수 있는 19만5000㎥ 분량이 투입됐다.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이 모든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흘린 땀방울과 노력은 그 이상이다. 이 호텔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모쉐 사프디가 준공 이듬해인 2011년 직접 방한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쌍용건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 이유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2009년 890만명이었던 싱가포르의 외국인 관광객은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이 준공됐던 2010년 약 1086만명에 이어 2014년 1600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법정관리 위기 속에서도 해외수주를 이어가고 M&A(인수합병)이란 돌파구를 찾은 것도 당시 노하우와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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