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대형대학병원 14곳 다인실 병상 비율 변화
하루 입원비 1만 원만 내면되는 일반병실보다 비싸 넓고 쾌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2인실 병동은 일반병실과 별 차이가 없었다. 2인실에 입원해 이틀 동안 기다렸다가 6인실로 이동한 김씨는 "원치 않은 진료비를 지출했다"는 기분에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환자들이 한해 1조8000억 원 정도 부담했던 상급병실료의 경우 올해 개선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환자들이 1·2인실 등 상급병실을 거쳐 다인실에 입원하는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3일 본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정보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 14개 대형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중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4개 병원은 다인실 비율이 70%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다인실 기준병상을 6인실에서 4인실로 바꾼데 이어, 오는 9월까지 대형대학병원의 다인실 비율을 전체 입원병상의 50%에서 70%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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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012년과 올해를 비교한 결과 병원들의 다인실 비율은 대부분 늘었다.
2012년 59.5%였던 경희대병원의 다인실 비율은 올해 80.3%로 가장 많이 늘었다. 강북삼성병원은 72.4%에서 91.8%로, 한양대병원은 50.8%에서 72.2%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58.1%에서 73.1%로 늘어 비교적 큰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빅4병원의 사정은 이와 달랐다. 입원병상이 2441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다인실 비율이 56.4%에서 56.5%로 0.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촌세브란스병원(2184병상)은 59.1%에서 65.2%, 삼성서울병원(1729병상)은 59.9%에서 60.6%, 서울대병원(1571병상)은 56.3%에서 63%로 소폭 늘었다.
서울지역 10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중에는 서울성모병원(1144병상)만 71.9%로 다인실 비율이 70%를 넘겨 체면치레를 했다.
빅4병원의 병상 숫자는 7925개로, 나머지 10개 병원의 병상 숫자 8121개와 비슷하다.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몰리는 빅4병원의 병상 수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정책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빅4병원들이 정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 병원 당 100~300개의 병실을 다인실로 바꿔야 한다"며 "병상 가동률이 80~90%인 것을 고려하면 매일 1000만~4000만 원의 수입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실을 늦게 바꿀수록 이득이기 때문에 손실규모가 큰 빅4병원들이 서둘러 바꿀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병원 손실을 보전해 준다고 했지만 정작 병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