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엽총난사 경찰등 4명 사망 "테이저건으로 진압하려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화성(경기)=안재용 기자, 구예훈 기자 2015.02.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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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사고 1시간전 엽총 찾아가…경찰관 방검복 세부규정 없어

이날 오전 9시34분쯤 화성시 남양동 2층 단독주택에서 피의자 동생 전모씨(75)가 피해자 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여),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을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사진=뉴스1이날 오전 9시34분쯤 화성시 남양동 2층 단독주택에서 피의자 동생 전모씨(75)가 피해자 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여),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을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사진=뉴스1


경기 화성에서 또 다시 70대 남성이 엽총을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종시 편의점 총기 난사 이후 이틀만이다. 이번 사고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1명을 포함해 3명이 사망하고 피의자 역시 자살했다.

27일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4분쯤 화성시 남양동 2층 단독주택에서 피의자 동생 전모씨(75)가 피해자 형 전모씨(86)와 형수 백모씨(84·여),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을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테이져건으로 진입 시도하자 총기 발사"

이 경감은 피해자 전씨의 며느리인 성모씨(50대)의 신고를 받고 파출소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사건 현장에 최초로 출동했다가 오른쪽 어깨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신고 접수 3분후쯤 현장에 도착한 남양파출소장 이모 경감과 이모 순경이 현관문을 열려고 하자 전씨가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으며 한발 물러섰던 이 경감이 재차 현관문을 열고 대화를 시도하자 전씨가 2차 발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함께 출동한 이모 순경은 "파출소장과 피의자가 아는 사이 같았고 소장이 출입문을 열고 피의자를 설득했으나 들어오지 말라며 위협을 가했다"며 "재차 소장이 테이져건을 가지고 진입하자 총기를 발사했다"고 전했다.

사건 현장에선 피의자 전씨도 가슴에 두 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전씨가 난사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신고자 성씨는 사고 직후 2층에서 뛰어내려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 치료 중이다. 성씨는 앞서 이날 오전 9시34분쯤 "작은 아버지가 부모님을 총으로 쐈다"며 112에 신고했다.

◇"범인 평소 술만 먹으면 돈 달라 협박"

성씨는 "피의자가 평소 술만 먹으면 찾아와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들도 형편이 넉넉했던 피해자 전씨가 동생과 잦은 불화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주민 이모씨(51)는 "피해자 전씨가 인근 주택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 피해자와 돈 문제로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노모씨(73)는 "아들, 손자 3대가 같이 사는데 아주 온순한 사람들"이라며 "부모가 준 땅을 팔아 사업에 실패한 동생이 마지막으로 형한테 돈을 요구했는데 안줘서 이런 사건이 터진 것 같다"고 짐작했다.

경찰은 성씨와 인근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형제 간 불화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근 주민 "범인 술 취한 상태에서 엽총 찾아갔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 전씨가 살해에 사용한 엽총 1정과 탄피 6개를 발견해 회수했다. 피의자 전씨는 앞서 이날 오전 8시25분쯤 남양파출소에서 12구경 이태리제 사냥용 엽총 2정(모델명-AL48)을 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엽총을 찾아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주민 김모씨(52)는 "피의자가 술 취해서 총을 출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남양파출소 관계자는 "이날 아침 피의자 전씨가 수렵기간 만료가 내일인만큼 총을 경찰서 무기고에 입고시키겠다며 가져갔다"며 "출고 사유는 일반수렵이라 했고 출고 당시 술냄새가 나거나 이상한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검복 미착용한 경찰…총기사고 대응 매뉴얼 없어

화성 엽총난사 경찰등 4명 사망 "테이저건으로 진압하려다…"
현장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이 경감은 출동 당시 방검복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순찰차에는 방검복이 2개씩 비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 매뉴얼에는 살인·강도 사건 현장출동시 상황에 따라 테이져건, 방검복 등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범인 체포·연행 관련 행동요령에도 상황에 따라 권총, 방검복, 전자충격기 등을 준비하도록 하고 있지만 방검복 착용 관련 세부 규정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신고접수시 파출소와 사건 현장이 100여미터 거리밖에 안되고 주민들을 잘 아는데다 피의자가 노인이고 하니 설득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 파악을 위해 피해자들의 시신을 재검시하고 현장 정밀 감식을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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