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스마트시티④

머니투데이 테크엠 편집부 2015.03.3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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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Technology Review 제휴]

편집자주 앞으로 35년 동안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25억 명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기술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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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스마트시티④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 간 통신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도시계획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디트로이트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급격한 쇠락을 겪었다. 그런 의미에서 디트로이트 시내에 즐비한 텅 빈 사무실과 주택을 지나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도시의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성, 편의성을 향상시킬 혁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미시간주 워렌에서 GM은 수백 미터 떨어진 차량들이 무선으로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차량 간 통신기술의 상용화는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과 같은 완전 자동화 차량 출시보다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이 기술을 통해 운전자는 충돌사고의 가능성이나 열악한 도로환경의 위험성을 전달받을 수 있고, 도로의 안전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차량 간 통신기술은 자동화를 보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차량에 부착된 센서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주변 환경을 훨씬 분명하게 파악하고 자율주행차량들이 서로 조율하면서 운행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량 간 통신이 가능해지면 결국 도시의 운영에도 혜택이 돌아온다.

차량이 교통의 요지에서 움직이는 센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사고예방, 교통체증 완화, 에너지 사용량 감소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정책당국과 도시계획 전문가의 입장에서 차량 간 통신으로 축적된 정보를 활용해 도시의 패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큰 규모의 교통량 데이터를 도시계획에 적용하면 잘못 설계된 교차로를 찾아내거나 새로 버스정류장을 설치할 지점을 정하는 일도 쉬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가 현실로 나타나려면 먼저 안정적인 무선연결 기술이 필요하다. GM이 워렌의 연구개발시설에서 시험 중인 기술은 상용화 1세대 차량 간 통신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GM의 기술전문가 하리하란 크리스난 연구원은 외관상 화려하지만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캐딜락에 필자를 태우고 시설을 소개했다. 차가 교차로에 다가설 무렵 크리스난 연구원의 동료가 운전하는 다른 차가 왼쪽에서 속도를 내며 접근했다. 운전석에서는 교차로의 나무 때문에 왼쪽에서 다가오는 차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 차가 충돌하기 몇 초 전, 차의 대시보드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앞좌석의 경보가 작동했다. 크리스난 연구원은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시중에는 이미 카메라, 레이더, 센서 기반의 자동브레이크시스템을 갖춘 고급 승용차가 나와 있지만 GM의 무선시스템은 모퉁이나 장애물 뒤쪽을 포함해 넓은 범위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 크리스난 연구원은 왼쪽에서 달려오던 차를 보내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저 차가 내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술은 이처럼 완전한 사각지대의 충돌도 예방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됐다.”

두 차에는 모두 속도, 위치, 이동방향 등의 정보를 주변 차량에 초당 10회 주고받는 장치가 탑재돼 있다. 이 장치는 연방통신위원회가 차량 간 통신에 배정한 주파수를 사용하며,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된다. 필자의 경우 캐딜락의 트렁크에 장착된 컴퓨터가 충돌이 임박했음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경보를 울린 것이다. 이 장치는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아 추돌의 위험이 있을 때를 포함, 다양한 상황에서 경보를 울릴 수 있다. 다른 차량들의 브레이크 사용 정보를 분석해 전방에 얼음 구간이 있음을 알려줄 수도 있다.


지난해 초 미시간주립대 교통연구소는 정부의 지원으로 2년 동안 진행된 안전성 시범연구를 마무리했다. 무선통신장치를 탑재한 차량 3000여 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선통신기술은 미국에서만 연간 교통사고 50만 건, 사망자 1000명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국립도로교통안전청은 새롭게 출시되는 차량에 이 기술 적용을 의무화하는 규정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보다 한 발 앞선 자동차 업체들도 있다. 지난해 9월 GM은 차량 간 통신이 가능한 신차를 미국 최초로 2017년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차량과 도시기반시설의 연결에 대한 연구는 차로 디트로이트 서쪽 45분 거리에 있는 엔아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은 도로변과 신호등 등 기반시설에 통합된 데이터 전송장치를 실험 중이다. 한 번은 커브길 접근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경보를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데 성공했고, 전방의 신호가 금방 바뀐다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이러한 시스템의 혜택을 현실화하려면 도시 차원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교통관리와 장기계획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차와 기반시설을 연결할 경우 현재보다 훨씬 스마트한 교통 체계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차량 간 통신을 도시 차원에서 활용하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시설에 통합하는 것이 의무화될 가능성은 낮고, 결국 각 지방정부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포즈노코프 UC버클리 스마트시티연구센터장은 교통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결국 스마트폰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혜택을 현실화하려면 도시 차원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교통 관리와 장기 계획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구증가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기술과 지역 출신 기업인들에 기대를 걸고 있는 아프리카 대도시의 사례를 살펴본다.

아프리카 최대의 도시인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스마트 시티로 만들고 싶다면 계획에 없는 인구증가를 고려해야만 한다. 라고스 앞에 놓인 과제는 어마어마하다. UN은 현재 최소 1260만 명, 최대 2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라고스 인구가 2030년까지 거의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과부하가 걸린 각종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난다는 얘기다.

악취가 풍기는 수상 빈민가에서 수많은 이들이 살아가는 라고스가 1200만 명을 추가로 감당할 수 있을까? 바바툰데 라지 파숄라 라고스주지사는 “라고스주에서 점차 증가하는 서비스와 자원에 대한 수요를 맞추는 것은 거의 초인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끝없는 과정”이라고 인정한다.

“라고스주의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적 접근법을 취해야 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며, 미래를 여는 열쇠는 기술”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스마트 시티를 만들겠다는 라고스의 구상에 발맞춰 다국적 IT기업들은 기술과 데이터가 도시발전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휴대전화 관련 기술이 그 선두에 설 전망이다.

우이 스튜어트 IBM 아프리카리서치랩 수석연구원은 라고스를 “아프리카 경제와 인구의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모바일 기술, 클라우드 기술, 소셜미디어, 비즈니스 분석 등 IT 없이는 도시의 성장세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IBM은 아프리카 대륙 투자의 일환으로 지난해 초 라고스에 새로운 혁신센터를 건설했다.

2013년에는 6명으로 구성된 IBM 연구진이 한 달 동안 정부기구들과 함께 라고스의 교통 체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라고스의 교통 체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사관, 고급호텔, 대기업 건물이 모여 있는 빅토리아아일랜드에서 공항까지 차로 이동하려면 밤 시간 기준으로 45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차가 막힐 때면 적어도 오전 6시에는 출발해야 11시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한 달간의 연구에서 IBM이 주목한 것은 라고스 곳곳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물길을 활용해 도시의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이었다.

라고스에서는 이미 매일 17만 명 이상이 물길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클라우드 컴퓨팅, 분석, 모바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 체계를 최적화하면 훨씬 많은 인구를 감당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하면 물길의 교통량을 예측하고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시민들은 언제 출발하는 것이 좋은지, 이동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휴대전화로 검색해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IBM이 3년 간 도시 100개에서 50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진행한 ‘스마터 시티 챌린지’의 일환이었다. 민간 부문에서 IBM은 나이지리아의 스타트업 버추얼스트리츠(Virtual Streets)와 함께 나이지리아 각지의 도시에서 위치기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지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버추얼스트리츠는 지리정보시스템, 교통카메라, 가입자의 휴대전화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교통데이터를 제공하며, 지역 기업들의 위치기반 광고로 수익을 올린다.

스튜어트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라고스에는 이미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하다. 휴대전화, 소셜미디어, 교통카메라, GPS, 은행, 슈퍼에서 테라바이트 단위의 빅데이터를 끝없이 생산하고 있다. 이것을 활용하면 도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민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

과제는 그러한 정보를 실제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라고스 혁신의 열쇠는 에코아틀란틱(Eko Atlantic) 사업이 쥐고 있다. 에코아틀란틱은 대서양 바닷가를 간척한 땅에 건설하는 계획도시다. 완공 후에는 주민 25만 명, 일일 이동인구 10만 명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부지에 흙을 채우고 종종 ‘라고스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방조제를 건설하는 작업은 2018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기반시설은 2020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것이 에코아틀란틱 사업의 시행주체인 나이지리아 사우스에너직스(South Energyx) 데이비드 프레임 전무의 설명이다.

라고스는 탄탄한 IT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도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전문가, 사회적 기업가, 투자자가 모여 나이지리아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씨씨허브(CcHUB)는 아프리카 다른 국가나 유럽의 유사한 기구에 견줄 만하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전력공급이 안정적이지 않고, 전기와 상하수도 등 공공서비스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무임승차자도 매우 많다. 중요한 네트워크 기반시설에 대한 훼손과 절도 역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휴대전화 보급률은 높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는 별로 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히텐드라 나이크 인텔 사하라이남·남아프리카공화국 혁신책임자는 인터넷 업체들이 학교에 인터넷을 무상 제공하거나 사용료를 할인해주는 대신 광섬유 케이블을 새로 구축하도록 해주는 지역사회 차원의 정책을 희망적인 사례로 꼽는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은 다른 사례로는 데이터 캡처와 분석을 통해 전산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신청하고 은행에서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관공서에 줄을 서며 몇 주, 몇 달씩 기다려야 했던시절보다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글 MIT테크놀로지리뷰
번역 이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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