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동산시장 '잃어버린 20년' 벗어나나…낙관론 확산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02.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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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자산거품 붕괴 뒤 하락 일변도…외국인 투자·인구집중에 도쿄 땅값 상승 조짐

1990년대 초 자산거품이 터진 뒤 줄곧 하락했던 일본 땅값이 마침내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23일(현지시간) 일본 수도 도쿄의 땅값이 곧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절정이었던 1980년대 말에는 도쿄 중심에 있는 황궁의 땅값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 땅값보다 더 비싸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거품이 터지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에 돌입했고 부동산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다른 자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이 도쿄증시의 랠리를 촉발했지만 최근 닛케이225지수는 1만8400선으로 1989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3만9815)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일본 부동산시장에는 최근 낙관론이 일고 있다.

일본 싱크탱크인 NLI리서치가 최근 부동산전문가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 이상이 일본 부동산시장 전망이 좋다고 밝혔다.

마스미야 마모루 NLI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에서 큰 거래가 잇따른 게 낙관론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미즈호신탁은행 산하 도시미래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기업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한 돈은 9777억엔(약 9조1035억원)으로 2013년의 3배로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였던 2007년보다 80% 증가한 것이다.

한 예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난해 10월 도쿄역 인근에 있는 대형빌딩 '퍼시픽센추리플레이스(PCP)마루노우치' 일부를 17억달러(약 1조8824억원)에 사들였다.

후쿠시마 다이스케 노무라 일본 주택·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와 인구집중이 향후 2년에 걸쳐 도쿄의 땅값을 띄어 올릴 것"이라며 "일본의 전체 인구가 줄지는 몰라도 도쿄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타니 요지 도이체방크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도쿄의 인구 유입세가 다른 도시에 비해 두드러진다며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2695명 늘어난 6만3976명이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지난해 일본 전체 땅값이 한 해 전보다 0.6% 하락한 가운데 도쿄 땅값은 0.9% 올랐다.

노무라의 후쿠시마 애널리스트는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공격적인 통화완화로 일본의 금리가 떨어진 것도 부동산 투자수요를 회복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 부동산시장의 회복세가 단기간에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LI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수가 일본 부동산 가격이 2016-2017년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문별 전망도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중국 관광객을 비롯해 씀씀이가 큰 이들 덕분에 호텔 부문은 강세를 예상했지만 주택임대시장 전망은 비관했다. 일본의 주택임대료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이는 11.2%로 2013년 10월 조사 때의 13.3%보다 줄었다.

NLI리서치의 마스미야 애널리스트는 인구 고령화, 제자리걸음인 가계소득 등이 주택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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