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실적이 안 좋을 때 호통만 치는 CEO에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2.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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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33>그린버그의 위기탈출법 4계명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매 분기가 지나면 어김없이 어닝시즌이 다가온다. 그런데 회사의 CEO에겐 어닝시즌이 늘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회사 실적이 안 좋을 땐 CEO에게 어닝시즌은 그야말로 공포의 시즌이 된다.

최근 만난 한 코스닥 상장회사의 오너는 “지난해 최악의 업황을 겪었는데 올해는 얼마나 더 나빠질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과거에 동종 업계 사람들이 “죽겠다, 죽겠다” 말하면 속으로 ‘엄살은...’하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과연 나만큼(혹은 나보다) 어려울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 놓았다.



회사 실적이 안 좋을 때 CEO는 주주 및 직원들에게 적절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전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Bear Stearns)의 CEO겸 이사회 회장이었던 앨런 그린버그(Alan Greenberg)는 회사 성과가 좋지 않을 때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회장의 메모(Memos From The Chairman), 1979』)를 통해 그의 생각과 방안을 공유했다. 그 가운데 CEO가 주목할 만한 4가지 조언을 소개한다.

1. 우수한 인재 등용에 나서라.
회사 실적이 나빠지면 CEO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특히 경쟁 회사보다 뒤졌을 땐 더욱 그렇다. 그러면 우선 손익 관리를 위해 비용절감부터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인력조정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든다. 그러나 그린버그 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때라며 해고를 통한 비용절감 방안에 반대했다.



그는 재직기간 동안 회사내 종이클립과 고무밴드 사용을 아끼고 사내용 봉투 재활용을 지시하는 등 사소한 소모품까지도 일일이 챙긴 걸로 유명했지만, “비용절감 노력은 회사가 잘 나갈 때 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뒤 뒤늦게 비용을 줄이려 하는 것은 멍청이나 하는 짓”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생각하는 우수한 인재는 아이비리그 출신의 MBA학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가난하지만(Poor), 똑똑하고(Smart), 부자(=성공)되기를 갈망(Desire)하는 사람을 등용해 월가의 소형 증권사에 불과했던 베어스턴스를 4대 투자은행(IB)의 하나로 키워냈다.

2. 직원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라.
회사의 영업성과가 저조하면 CEO는 그 책임을 직원의 게으름과 무능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직원들을 더 많이 호통치고, 더 많이 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린버그 회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직원들의 소중함을 일깨울 때라며 덕장(德將)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한번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직원들이 제때 지원을 못 받게 되자 CEO인 자신에게 직접 연락하라며 최상의 대우를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면, 회사의 실적은 분명히 회복된다”고 말하며 불안해하는 직원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게으름(laziness)과 멍청함(stupidity)으로 에러가 계속 발생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직원들의 수고와 노력에 감사하는 것과 나태함과 부주의를 눈감아 주는 것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3. 고객에게 충실하라.
어닝쇼크가 오면 언론은 회사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회사의 주가는 요동을 친다. 고객은 의심이 커지고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늘어난다. 그러면 회사의 고객관리도 점점 약화되고 홍보도 소극적이 된다. 그러나 그린버그 회장은 이런 때일수록 고객에게서 숨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평소에도 고객의 전화에 불성실하게 대응하는 걸 무척 힐난했는데, 고객이 전화를 걸었을 때 담당자가 부재중이면 나중에 반드시 전화 답변을 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가끔 그는 고객인 척 하며 특정 부서에 전화를 걸어 고객 대응 여부를 직접 체크하곤 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일수록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 불만을 처리하는데 큰 용기가 요구된다며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상황이 호전되면 지금의 노력이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4. 겸손하고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회사 실적이 예상외로 급락하면 CEO는 여러 변명을 늘어놓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과오는 부인하고 대부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려 한다. 아니면 그마저도 귀찮아하며 언론이나 주주들의 질문을 무시한다. 그러나 그린버그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CEO는 더욱 겸손해야 한다며 몸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그린버그는 회사 실적이 안 좋아져 주가가 떨어질 때 “주가(하락)은 다 내 책임이다”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가 좋은 성과를 냈을 땐 항상 직원들 모두의 공로로 여기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회사 실적이 나빠지면 CEO가 그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회사 실적이 안 좋아 주가가 급락하면 CEO는 구차하게 여러 변명을 늘어놓거나 부인하거나 아니면 무시하지 말고, 당당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 그게 겸손한 CEO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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