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운이 없어서…" 설 밥상 민심 들어보니

머니투데이 the300 기자, 정리=이상배 기자 2015.02.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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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충청, 이완구 총리에 기대감…"정치 얘기 안했다" 무관심 특징

민족대명절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민족대이동이 시작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줄을 지어 KTX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민족대명절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민족대이동이 시작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줄을 지어 KTX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교체 발표가 이뤄진 뒤 맞은 설 연휴, 각 지역의 '밥상머리 민심'은 어땠을까?

머니투데이 더300이 설 연휴 민심을 취합해본 결과, 수도권과 영남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두드러졌다. 반면 충청 지역 등에서는 충청 출신 이 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호남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반적으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확산되는 기류였다는게 취재기자들의 평가다.



◇충청 "이완구, 일 잘 하니까···"= 서울에 사는 한 60대 여성은 "박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인 만큼 기존의 관행으로부터 자유롭고 깨끗할 것이라고 기대해 지지했는데, 요즘 보면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 50대 여성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험도 있고 해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해서 찍었는데, 이제 보니 고집이 좀 센 것 같다"고 했다.



강원도의 50대 남성은 "박 대통령이 잘 할 줄 알았는데, 원칙과 소신을 다 잃은 것 같다"며 "건강보험 개혁도 하려다 눈치보고 중단하겠다고 하는 것 보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에 사는 한 60대 여성은 "뭐든지 잘못되면 대통령 탓만 하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도 잘 하려고 노력하면서 생기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충청 지역에서는 이 총리가 국정운영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충남 거주 50대 남성은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의 숨통을 틔워줄 좋은 선택"이라며 "이 총리가 일은 잘하는 만큼 대통령 지지율도 곧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의 40대 남성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이 총리가 사람은 똘똘하지 않느냐"고 했다.

◇영남 "불만 없었는데···"= 여당의 '아성'인 영남에서는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에서까지 균열이 나타났다.

부산 거주 60대 남성은 "주변의 박 대통령 지지자들도 이번 이 총리 인사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비서실장을 교체하겠다고 한 건 잘 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남 지역의 70대 여성은 "박 대통령이 운이 없는 것 같다. 자꾸 일이 생기고 야당도 안 도와 준다"며 "박정희 대통령은 인사를 참 잘했는데, 지금은 인사를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남의 70대 남성은 "그동안 대통령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담배값이다 뭐다 자꾸 서민들 돈 뜯어가는 일만 생기다보니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밑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한 30대 남성은 "부모님은 여전히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나를 비롯해 주변 친구들은 생각이 다르다"며 "부모님과는 정치에 대해 아예 대화를 않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호남 "야당, 그만 좀 싸우고"= 호남에서는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체제 출범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전북 거주 60대 남성은 "솔직히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호남이 새정치연합의 버팀목인데 이용만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신당을 지지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반면 전주에 사는 40대 여성은 "호남의 고령층은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결과에 불만이 많지만, 젊은 세대에서는 문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지역감정에 기댄 기득권 정치인들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출신의 50대 여성은 "문 대표가 당선된 게 잘 된 것 같다. 힘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당도 힘을 받는다"며 "야당이 좀 그만 싸우고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 얘기 안 했다"= 정치가 아예 설 연휴 밥상머리에 화제로 오르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는 게 이번 연휴의 특징이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심해진 가운데 박 대통령의 언론 노출도까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설 연휴 부산 외가를 다녀온 30대 여성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두 예전엔 정치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이번엔 한마디도 안 하셨다"며 "박 대통령이 뉴스에 별로 안 나오다보니 아예 대통령에 대한 대화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외가에서 식구들이랑 온종일 TV 드라마만 보다 왔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 20대 여성도 "친구들한테 들어보니 5명 중 4명은 고향집에 가서 정치 얘기를 아예 안 했다고 하더라"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이번 설 민심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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