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이 설 연휴를 앞두고 1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제9보병사단 임진강대대를 방문해 상황실에서 관측장비로 전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2.12/뉴스1
12일 오후 3시 25분.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당본관 1층을 나섰다. 앞서 정 의장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놓고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설 연휴 전에 이 후보자 임명절차를 끝내려는 새누리당과,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니 설 이후로 처리를 미루자는 새정치연합이 팽팽히 맞서 좀처럼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 원내지도부가 총리임명동의라는 첫 과제부터 풀어내지 못하면 국회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팽팽히 맞선 여야 사이에 정의화 의장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끝내 이날 오후 인사청문특위에서 단독으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로써 보고서가 본회의에 부의됐고, 정 의장이 '결단'을 내리면 야당 참여 없이도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표결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직책도 아니고 국무총리 임명을 반쪽의 지지만으로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불보듯 뻔했다. 야당은 보고서 채택에 강력 항의했고 본회의 표결마저 진행되면 의사일정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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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이 유승민·우윤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강조한 것도 여야 합의에 따르는 절차적 민주주의였다.
정 의장은 개인적으론 이 후보자와 15대 국회에 나란히 처음 국회의원이 된 '의원 동기'이다. 그런 이 후보자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 인간적인 고뇌도 느꼈을 법하다. 이런 마음이 "산책 좀 하겠다"는 표현에 그대로 묻어난 셈이다.
정 의장이 '산책'을 하는 사이 여야는 이날 열기로 한 본회의를 16일 여는 데 가까스로 합의했다. 한숨을 돌렸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정 의장은 야당이 혹 16일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임명동의안 등 의사일정은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이 후보자 자진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본회의 일정을 연기했을 뿐 처리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 합의 존중이란 원칙과 임명동의안 처리란 현실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중재자' 정 의장의 고민은 16일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