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원세훈 유죄…민주주의 핵심 가치 훼손 명백하다"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5.02.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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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국정원법은 위반했지만 선거법은 위반 아니다" 1심 판결 뒤집혀

이른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이른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른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이 대선개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9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 전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종명 전 3차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이 전차장과 같은 형량이 선고됐던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6월으로 형량이 가중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선거운동의 요건인 능동적·계획적 행위와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의사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당시 법원 내부 게시판에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면 비판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20일을 기준으로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위터 글 등을 분석한 결과 선거 관련 글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심리전단 직원들 것으로 인정되는 트위터 계정으로 작성한 글 또는 리트윗한 글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정치 관련 글 비중이 2012년 7월 44%로 떨어져 선거 관련 글(56%)에 역전됐다는 설명이다. 이후에도 선거 관련 글의 비중은 8월 77%, 9월 73% 등 종전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이 이뤄진 시점과 상황, 규모 등을 고려하면 특정 후보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이 미필적으로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2012년 8월20일 이후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 전원장 등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활동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한 것이 명백하다"며 "사이버 공간의 안보 환경이 급변해 절박한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하고자 하는 활동이 현재 법 체계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회의 동의를 먼저 확보했어야 하고, 여기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3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한 검찰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을 불구속기소했다.



김 전청장은 수서경찰서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하자 분석용 키워드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았으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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