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빠진 그녀 "'티볼리' 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5.02.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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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다은 쌍용차 상품기획팀 대리… 이직 후 줄곧 '티볼리' 기획 "결혼도 출시 후에"

차에 빠진 그녀 "'티볼리' 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평택공장에서 '코란도C' 사이에서 생산되고 있는 '티볼리'를 보니 기분이 묘해지면서 눈물이 흘렀어요. 아이를 낳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을 했죠."

쌍용자동차에서 '티볼리'를 기획한 이다은 대리(사진·30)가 양산되는 '티볼리'를 처음 본 때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리는 상품기획을 맡고 있지만 여성으로는 특이하게도 공대출신이다. 국민대 자동차공학을 전공했다. 수업시간에 여학생이 자신 혼자인 경우도 있었다.



이 대리는 어릴 때부터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는 "남동생이 놀면서 장난감 총을 다 분해해 놓으면 내가 다 조립을 했을 정도로 이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동차가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에서 연구개발을 이끈 이충구 교수가 국민대에 부임하면서 이 교수의 강의를 쫓아다니며 들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졸업 후 이 교수의 소개로 KAIST에서 전기차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대공원에서 운행 중인 '코끼리전기열차'가 그가 속했던 팀의 작품이다.



2010년 10월 스물다섯의 나이에 쌍용차로 이직했다. 처음에는 전기차 개발을 제의받고 쌍용차로 이직했다. 이 대리는 "그때는 아직 마힌드라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개발하러 왔으나 쌍용차 (5,650원 ▼40 -0.70%)는 당장 회사를 이끌 신차가 필요했다. 그 기획이 갓 입사한 이 대리에게 맡겨졌다. 정해진 것은 소형차라는 것밖에 없었다.

이 대리는 "6명의 팀원 중 경험도 없고 유일하게 여자인 내게 중요한 일이 맡겨졌다"며 "초기 유럽시장 연구를 갈 때는 디자인, 기획, 전략팀에서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 3명만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회사의 전략이었다. 기존의 낡은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였다. 이 대리는 "디자인이나 시제품 품평회에서 20~30대의 신입사원들을 참가 시키며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기획 과정에서 이 대리의 당돌함이 나타기도 했다. 특히 좌석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품평 계획에도 없던 좌석을 동료들과 들고 품평장에 가 임원들에게 보여주고 탑재를 허락받았다. 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티볼리'를 향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미혼인 이 대리에게 결혼을 언제 할 것이냐고 물으면 그는 "'티볼리'가 출시된 뒤에 하겠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이 대리는 출시 전 보다 지금이 더 긴장된다고 한다. 곧 한국GM의 '트랙스 디젤', 현대차의 신형 '투싼' 등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다은 대리는 "출시 후 3개월이 지나봐야 안다는 얘기가 있는데 경쟁 모델이 나와도 지금 같은 '티볼리'의 인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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