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혜·땅투기·언론외압'…이완구 청문회 '비상'

머니투데이 구경민 배소진 기자 2015.02.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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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꼬리무는 의혹…與 "청문회서 소명해야" 野 "자진 사퇴" 촉구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5.2.5/뉴스1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5.2.5/뉴스1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병역특혜·땅투기'에 이어 '언론외압'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난항이 예고된다.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부정·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거론하면서 오는 10~11일 열릴 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언론사 외압 파문…이완구 "대오각성"

이 후보자가 언론사에 외압을 가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말 이 후보자가 서너 명의 기자들과 예정에 없던 점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나왔다. 이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음성파일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을 통해 KBS에 건네져 지난 6일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자신이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했던 내용을 전하면서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서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했다.

그는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며 언론사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밤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 대오 각성하는 마음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판교 땅 이어 타워팰리스 매매까지…잇단 부동산 투기 의혹

이 후보자가 언론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은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된 보도를 막아달라는데서 시작됐다. 경기도 성남 판교 땅에 이어 서울 강남구의 타워팰리스 아파트까지 이 후보자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은 그의 차남이 소유한 경기도 성남 판교 땅에서 시작됐다. 2000~2001년 이 후보자의 장인과 장모는 이 지역의 땅 1237㎡(374평)를 매입한 뒤 딸에게 증여했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11년 이 땅을 차남에게 증여했다.

문제는 땅 가격이다. 장인과 장모가 매입한 2001년 당시만 해도 공시지가 총액이 2억 6412만 원이었는데, 이 후보자의 차남에게 증여된 시점인 2011년에는 18억307만 원으로 폭등했다. 이 때문에 그가 장인과 장모를 통해 투기 목적으로 땅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핵심 쟁점은 이 후보자 쪽이 판교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매입했는지다. 해당 토지가 포함된 판교신도시 계획은 2001년 6월 당정 협의를 거쳐서 발표됐다. 당시 이 후보자는 공동 여당인 자민련의 원내총무였다. 이 후보자의 장모는 그해 7월 그 지역 땅을 매입했고, 두 달 뒤 정부의 판교 개발 방침이 최종 확정됐다.

또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주변 땅을 매입한 사람들은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의 자녀와 중견기업 회장 등 유력인사들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당시 땅을 분양한다는 광고성 기획기사가 언론에 여러차례 나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정보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샀다"고 반박했다.

유력자들과 같은 날 매입한 경위에 대해선 "매도자들의 세 부담을 줄이려고 부동산 개발업체가 공시지가 변동일인 7월 1일 이전에 한꺼번에 매매계약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가 지난 2003년 구입했다가 매각한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아파트에 대해서도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가 지난 2003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아파트를 샀다가 아홉달 만에 되팔아 3억여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것. 특히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미등기 분양권, 이른바 '딱지'를 사들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이 후보자측은 "타워팰리스는 2003년 3월 하순경에 비로소 처음으로 분양자인 삼성중공업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반면, 후보자는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기 이전인 2002년 11월 경 타워팰리스 분양권을 매입했다"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아울러 "이 후보자가 타워팰리스를 매수할 당시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계 법령은 분양권 매매를 허용하고 있었다"면서 "이 후보자의 분양권 매입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차남 이어 본인도 병역특례 의혹

애초 차남의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됐으나 현재는 후보자 본인의 병역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징병신체검사에서 이른바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으며 1년 만기를 채우고 소집해제 됐다. 중학교 시절 마라톤 중 다쳤다는 게 이 후보자 측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최초 징병검사에서는 '1급 현역' 판정을 받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본인이 재검을 신청해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야당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 이와 관련, 측은 10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청문회를 통해 자세히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차남 역시 최초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재검 끝에 면제를 받았다. 미국 유학시절 축구를 하다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차남의 공개 검증을 자청해 실제 수술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해소되는 듯했다.

그러나 야당은 '환자 본인이 수술을 원했다'는 취지의 차남 수술기록지를 근거로 적극적 면제를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간당 1000만원 '황제특강'에 삼청교육대 '논란'

이 후보자는 또 삼청교육대 업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시간당 1000만원짜리 황제특강을 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받았다.

지난 3일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충남도지사 퇴임 한 달 만에 모 대학의 석좌교수로 채용됐다. 하지만 정규 학사과목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6차례 특강을 하고 학교로부터 받은 급여가 6000만원이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가 충남도지사를 지낼 당시 도지사 교육특보를 지낸 김성경 우송대 이사장과의 '챙겨주기 거래'에 따른 것"이라며 "한시간당 특강료만 1000만원이다. 황제특강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자측은 "당시 학생 대상 특강 횟수는 6회에 그쳤지만 보직자와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4회 특강을 더 실시했다"면서 "중국·일본 등의 대학과 기관들과의 교류협력을 위한 자문도 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 후보자의 '삼청교육대 핵심 역할' 의혹도 불거져나왔다. 당시 경찰관이었던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국가보위비상대책위 내무분과에 파견돼 다섯 달 동안 삼청교육대 운영에 관여했고 훈장까지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자는 그러나 자신은 삼청교육대와 무관하며 국보위 인력 전원에 수여된 훈장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사 논문 표절했나

이 후보자가 1994년 단국대 행정학과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을 둘러싸고 표절 의심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의 학위 논문 '정책집행에서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경찰공무원의 사례를 중심으로' 논물 곳곳에서 1984년 발간된 책 '정책학원론'에 실린 문장이 별도 인용표시 없이 거의 그대로 인용됐으며, 소제목과 목차 순서도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석사학위 논문인 '은행원의 직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 실린 내용도 인용 표시 없이 사용됐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의혹과 달리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이 후보자는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지적이 맞을 수 있다"고 한발짝 물러선 상태다.

◇이완구, 청문회 벽 넘을까…與 "청문회서 소명해야" 野 "자진 사퇴" 촉구

이 후보자가 각종 의혹제기와 야당의 공세로 진땀을 빼고 있다. 당초 이 후보자가 지명될 당시만해도 순조롭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 논문표절 의혹에 이어 언론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개인의 정치적 위상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아직 의혹 단계인 만큼 청문회를 통해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에서 "이 후보자가 언론인들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을 본 국민이 혀를 차고 있다"며 "아무리 급하다고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한다면 총리 후보자로서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완구 후보자는 입에 발린 변명은 그만두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여러 가지 자신의 생각이라든지 소신 등 이번에 있었던 일과 관련해 인사청문회때 소상히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야 청문위원과 공직후보자간 질문답변 등을 통해 국민이 공직자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개검증의 기회"라며 "야당은 벌써부터 부적격 운운하며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청문회라는 공개검증의 기회를 박탈하려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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