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반기던 새정치聯, 청문회 '강공모드' 전환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5.02.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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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정치인에 대한 느슨한 청문회 '역풍' 우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제공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둔 야당의 기류가 심상찮다. 당초 정치인 출신 이 후보자의 총리 지명 소식에 '환영' 입장을 밝히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청문회가 가까워지면서 '강공모드'로 돌아섰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김경협 새정치연합 의원은 3일 "이 후보자가 지난 2010년부터 16개월 간 우송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정규수업 없이 6차례 특강만 하고도 약 6000만원의 급여를 받는 '황제 특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2007년 12월 발간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종합보고서를 인용해 "이 후보자가 삼청교육대 사건과 관련해 핵심역할을 수행했으며 그 공로로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7월 국보위가 입안한 '불량배 소탕계획'(삼청계획 5호)에 따라 계엄사령부가 약 4만여명을 삼청교육대에 수용해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발생케 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6000만원의 급여는 석좌교수 재직 기간 전체의 급여라고 해명했다. 삼청교육대 사건과 관련해선 "지난 1980년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국보위 내무분과위원회에 파견돼 가장 하위직인 실무 행정요원으로 근무했지만 이는 공직자로서 근무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행정요원은 의사결정을 할 위치가 아니었고, 소관 부처와의 문서수발, 연락업무를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 지명 직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시간문제'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이완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 제대로 검증할 것"이라면서도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여야 주례회동의 정례화는 물론, 각종 현안에 대해 야당과 소통해온 분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호평했다.


실제 이 후보자는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시절 세월호 정국에서 여야 협상을 위해 주례회동을 만드는가 하면, 우윤근 원내대표 당선 때는 "야당을 존중하고 먼저 찾아뵙는 선례를 만들겠다"며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을 직접 찾기도 했다. 아울러 여야 공방이 팽팽한 의제에 대해선 '자장면 회동'까지 이어가며 대화의지를 보이는 등 협상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이 당초 예상과 달리 이 후보자에게 '강공모드'로 전환한 것은 같은 정치인 출신인 이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너그러운 것 아니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정치인에 대한 '느슨한 청문회'로 비춰져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야당 인사청문특위 첫 회의에서 "이 후보자가 저와 협상해온 파트너이기 때문에 야당이 검증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청문위원들 중 그럴 분은 없다"며 "철저한 검증을 위해 청문회 날짜도 (여당 주장보다) 뒤로 미뤘다"고 말해 청문회에서의 강공을 예고했다.

이후 특위위원의 면면도 화려하게 구성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대응방안 검증을 위해 운영위 소속 김경협 의원을, 병역문제 등 도덕성 점검을 위해 국방위 소속 진성준 의원을, 초이노믹스 및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기획재정위 소속 홍종학 의원을,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농어촌 지역 대책 검증을 위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유성엽(간사)·김승남 의원을 특위위원으로 꾸렸다. 막판에 합류한 진선미 의원은 변호사 및 시민사회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이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오랜 공직과 정치인으로 살아오면서 공개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당초 청문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날마다 새롭게 터지는 의혹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이젠 끝까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청특위는 이날 첫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청문계획서를 채택했다.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은 여야간 이견으로 확정하지 못해 4일 다시 회의를 열고 논의키로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9~1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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