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혁신성 평가, 고육지책인가 줄세우기인가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5.01.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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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공정성 떠나 은행 자율 경영 제약 지적..금융위 "은행의 사회적 기능 강화 위해 필요"

은행의 혁신성 정도를 평가한 결과가 처음 공개됐다.

보수적 금융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은행들을 한쪽으로 줄세우기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혁신 노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오면 절대평가로 전환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평가를 계속할 방침이다.

◇혁신성 평가, 어떻게 이뤄졌나= 평가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기술금융,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사회적 책임에 각각 40점, 50점, 10점씩 총 100점 만점 중 각 은행의 점수를 산출해 등수를 매겼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은 공급규모, 기업지원, 신용지원, 지원역량을 평가했다. 단 기술금융 공급규모는 전체 잔액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 중 기술금융 비중도 함께 반영했다. 기업지원은 창업, 신규기업 발굴 노력을, 신용지원은 기술금융 실적 중 담보나 보증없이 신용으로 지원한 노력을 평가했다. 지원역량은 기술금융 전담인력 및 조직 구축 등을 정성평가했다.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부분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 관계형 여신, 직원 인센티브, 투융자복합금융 실적, 창업 및 재기지원, 신시장 동력 창출 등을 평가했다.



사회적 책임 부분은 서민금융 상품 취급 실적, 시간선택제 일자리 및 고졸 채용 등 일자리 창출 노력, 주택담보대출 구조 개선 노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은행 혁신성 평가, 고육지책인가 줄세우기인가


◇창조금융 위해 시장 무시한 줄세우기 지적도=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혁신성평가 도입을 발표한 이후 평가지표에 대한 은행권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파일럿테스트 등을 거쳐 최대한 균형되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형은행 등 특정은행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술금융 공급규모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외환은행의 경우 절대규모는 우리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액 중 기술금융 비중이 2배 높아 순위를 추월했다. 또 기술금융 절대규모에서 1위를 한 신한은행은 창업, 신규기업 발굴 노력에선 5위에 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평가지표의 공정성을 떠나 이 같은 평가가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은행들의 자율 경영을 제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매금융, 중소기업 금융, 대기업 금융 등 각 은행별로 잘하는 분야가 있음에도 혁신성 평가는 금융위도 인정하는 것처럼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한 민간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술금융 등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부가 옳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생각은 다 다를 수 있다"며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누구는 사고 누구는 파는 것이 시장인데 정부는 모두에게 사라고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평가 결과와 함께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도 함께 공개하고 혁신성이 우수한 은행일수록 경영효율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혁신성이 낮은 은행은 비효율적이며 인건비만 많이 주고 있다는 일종의 '낙인효과'를 노린 것이다.

은행들도 이 같은 평판리스크 때문에 그동안 혁신성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실제로 평가기간 중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 순위가 변동된 은행도 있었고 내부 문제로 평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모 은행은 뒤늦게 자료와 향후 계획 등을 제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은행의 사회적 기능 중 중요한 것이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중개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은행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정책당국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잘하는 은행을 평가해주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다만 은행들의 혁신 노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고 판단되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13개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은행에 대한 평가는 혁신성평가와 경영실태평가로 단순화해 은행들의 평가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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