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선구자들이 있다. 2004년부터 스스로 모인 수백 명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부산의 '인디고 서원'은 선구자고 이에 자극받은 서울의 '길담 서원', 백년을 살 물고기를 꿈꾸는 부산의 '백년어 서원'(카페학교) 등도 이미 세워져 자발적 학생을 배출한다. 한 개인이 평생 모은 사재를 털어 지원한 인문, 과학, 예술 융합의 '건명원'이란 것도 2015년에 만들어질 모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도 2008년부터 런던에서 인생학교를 운영하는데, 지금은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산됐고 그들은 그 배움의 결과를 일, 돈, 섹스, 정신, 실천 편 등으로 써내 공유한다. 1회 강연으로 끝나는 수신전용의 TED와는 다른 모델이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이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왔지만 자기가 기대했던 대학이 아니라 그저 직업 훈련소일 뿐임을 깨닫고 학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결과는 황제나 왕조보다도 강했다. 중국의 황제나 왕조는 이들보다 훨씬 단명했으니. 춘추전국 시대에 공자(유가)보다 훨씬 세력이 컸던 묵가는 제후들의 힘이 셌던 통일 한나라가 탄압한 것도 있지만 제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잊혀졌다. 겸애와 비공(非攻), 지독한 근검과 실천을 강조한 묵가의 가르침은 그러나 청나라에 들어서 다시 복원되고 반전사상, 반(反) 권력의 실천과 사랑철학으로 지금 또 주목 받는다. 그만큼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100세까지 지겨워서 어떻게 살지 하면서 돈과 땅과 이기심을 움켜쥐고 사는 분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 모종의 로비스트, 고상한 취미생활 하시는 분들! 화려한 노(老)-테크도 좋지만 이렇게 학(學)-테크를 꿈꾸는 것은 어떠신지? 기업들은 기업의 새로운 미션인 공유가치 창출(CSV)이나 고객 관리를 추상적으로 고민만 하지 말고 이렇게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서 공유가치를 창출해 봄은 또 어떠실지? 불안과 분노와 비겁함으로 억눌린 채 스펙에만 목 매 학교 다니는 이 땅의 우리 자식들이 진실로 딱해 보인다면. 이들이 혹 우리들의 꿈을 이루어 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