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박 대통령이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금융위 등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토론자로 나선 권선주 행장에 대해 “기업은행장께서 기술금융이라든가 핀테크에 앞장서고 계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권 행장이 은행장이 안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권 행장을 칭찬하고 격려했다는 사실이 자리를 함께 했던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에 의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김기문 회장이 "상을 받은 중소기업인들 보다 권 행장을 더 칭찬하고 격려했다"고 말할 정도였다니 박 대통령의 권 행장에 대한 신뢰를 짐작할 수 있겠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칭찬릴레이는 정부부처나 공기업, 나아가 민간기업들도 경제혁신과 창조경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서주기를 바라는 대통령의 마음이 그 출발점일 것이다.
국내 첫 여성 은행장에 대한 여성 대통령의 관심과 배려일 수도 있겠다. 평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겸손하고 소박한 스타일의 권 행장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진정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계기로 한 번 좋게 평가하면 그 뒤로 무한신뢰를 보내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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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행장이나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파격적인 칭찬과 격려가 엄청난 힘이 되겠지만 부담도 클 것이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권 행장이 3년 임기를 잘 마치면 중기청장이나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설익은 얘기가 파다하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술금융 실적평가에서도 기업은행이 늘 1등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한은행 등의 추격도 만만찮다.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과도하게 독려했다간 몇 년 뒤 엄청난 부실로 돌아올 수도 있다. 앞선 여신건전성을 자랑해온 기업은행이 지난해 KT ENS와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 등에 연루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권선주 행장이 올해 건전성 관리와 내실 있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핀테크 전략과 관련해서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4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칭찬과 격려가 고맙고 황송한 일이지만 지금의 그 유쾌하고 우쭐한 마음이 실패의 싹이 될 수도 있다. 칭찬이야 몇 날을 가겠는가. 먼저 핀 꽃이 일찍 진다. 권선주 행장은 일이 잘 풀리는 지금 그의 마지막 길을 살펴야 할 것이다. 너무 잘 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자기 길을 가라. 그게 대통령의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