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까마귀만큼 자유로운 아이들의 상상력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15.01.2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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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초콜릿박스]까마귀만큼 자유로운 아이들의 상상력


내가 진행하는 렉처콘서트는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그들의 작품과 탄생배경을 통해 자유로운 사고를 배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강연 중 난 주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유도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질문들은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는데 주로 "이 작품을 보면 뭐가 떠올려지나요?"라는 식의 질문이다. 독특한 대답이 나올 걸 기대하지만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온 우리들이기에 대부분의 대답은 예상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예컨대 뒤샹의 '병건조대'란 작품을 보여주고 뭐가 떠오르는지를 물으면 대부분 왕관, 탑, 옷걸이의 순서로 대답이 나온다.



뒤샹의 '병건조대'뒤샹의 '병건조대'
그런데 최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강연 중 어린이 관객들에게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답들을 들었다. 의자, 불꽃, 가시나무, 공룡, 벌레 등이 그것이다.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보려 노력해 봐도 되지 않던 어른들의 창의력에 대한 몸부림은 아이들의 툭 던지는 대답 한마디에 바로 무너지고 만다.

그들이 쏟아내는 대답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눈 치우는 삽을 보며 연필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강연이 너무도 재미있어진다. 어른들의 사고로는 한 번도 접근해보지 못한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듣고는 배꼽 빠지게 웃었던 사연이 생각난다. 한 아이가 독후감을 제출했다. 견우와 직녀를 읽은 아이는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까마귀가 힘이 세다” 아! 정말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날아오르는 까마귀만큼이나 자유롭다.

아이들과 함께한 강연에서 난 가르치기보다는 배웠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왜’를 묻고 탐구한다. 하나의 시점이 아닌 고정되지 않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바로 창의력을 키워주는 핵심이 아니던가.

최근 어린이 집의 아동폭행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했다. 강연 때 나와 눈을 맞추던 아이들이 떠올라 더욱 가슴 아팠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들에게 그 공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음에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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