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차장
이로운넷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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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읍 포도나무동산 교회의 정왕훈 목사는 지역아동센터장에게 “좀 가서 봐 달라”고 했다. 센터장이 알아보니, 아이들은 9살 쌍둥이였으나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았다. 결혼신고 없이 살던 부모가 갈라선 후 아이들은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방임되고 있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폭행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화제가 된 보고서가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3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다. 보고서 중에선 특히 어린이집 아동학대 중 신체학대가 73.6%에 이르렀으며, 가해자 중 65.3%에게만 고소고발 혹은 해임 등 조처가 취해졌다는 부분이 주목을 받았다.
아동학대는 한 번 일어나면 여러 가지 형태로 가해졌다. 이 중 2가지 이상의 학대가 복합된 '중복학대'의 비중은 전체의 43%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방임을 아동학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교사 등 교직원,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와 사회복지공무원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조차도 거의 절반은 방임을 아동학대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가해든, 방임이든 원인은 개인한테만 있지 않았다. 학대행위자의 가장 주요한 특성은 양육태도 및 방법이 부족하다(32.6%)는 점이었다.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을 가진 경우도 상당수(22.4%)였다. 부부 및 가족구성원 간 갈등(9.4%)은 3번째 특성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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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아동학대는 가해자의 아동 양육에 대한 ‘무지’가 가장 큰 원인이며, 가해자 자신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두 번째 원인인 셈이다. 보고서는 “학대는 학대행위자의 개별적인 특성뿐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김치를 뱉었다고 아이를 때린 교사와 그걸 숨긴 원장이 왜 그랬는지는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또,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통과돼 모든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되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는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게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아이들의 잠재적 보호자이자 신고의무자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태도와 방법은 어린이집 교사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12년의 공교육이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직장, 이웃 공동체가 그 일을 해야 한다. 사회가 아동학대를 완전히 예방하는 건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속은 막을 수 있다.
양평의 쌍둥이는 어찌 되었을까. 지역아동센터 실무자들은 제주도에 가 있던 생모를 찾아 출생신고를 하게 했다. 그런데 생모는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뒤늦게 초등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센터 교사들이 아침저녁으로 통학을 함께 해줬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이들은 밝게 잘 컸다. 아이들 아빠는 비정규직이나마 새벽부터 일을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