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선진시장'…통상 패러다임 대전환기 맞는다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2015.01.15 10:39
글자크기

[2015 대통령 업무보고]중남미로 FTA 추가 추진…통상목표 높여잡고 선진국 공략 예고

사진=머니투데이DB사진=머니투데이DB


산업통상자원부의 새해 업무보고는 'FTA(자유무역협정)와 선진시장'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한국은 미국, 중국, EU 등 3대 경제권역과 모두 FTA를 체결한 나라가 됐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것은 물론 미체결 국가들에겐 매력적인 플랫폼이 된다. 추가 추진 중인 중남미 국가들과의 FTA도 원활하게 진행될 공산이 높다.

FTA가 수단이라면 선진시장은 목표다. 신흥국들의 성장에 하나 둘 제동이 걸리는 반면 선진국 경기회복세는 뚜렷하다. 안정적인 구매력과 시장규모를 확보하고 있는 선진시장으로 정부도 통상의 방향키를 돌리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농식품 수출확대, 조달시장 진출 등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FTA를 바탕으로 한 통상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된 셈이다.



◇경제영토 확대, 이제는 중남미로=지난해 중국, 베트남과 연이어 FTA를 체결한 정부는 새해 중남미 주요국과 FTA를 속전속결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중남미 관세동맹인 SICA(파나마·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과테말라·니카라과·도미니카공화국·벨리즈·온두라스)와 FTA가 가시적이다. 자원부국임은 물론 최근 소득수준 향상으로 가전 등 내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나라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ASEAN(동남아국가연합) FTA처럼 경제협력체와의 FTA가 될지, SICA 내 국가와의 개별 FTA가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의사를 타진한 상태이니 SICA 측의 회신을 받은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측에서는 형태에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 EU 등과 체결한 FTA가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FTA의 틀을 백지부터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시장과 FTA를 기준으로 조율해 나가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중국, EU 등 대규모시장 진출을 노리는 신흥국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일종의 FTA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 자동으로 선진국향 수출길이 넓어지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SICA 국가들을 선진시장과 연결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하게 임하겠지만 주도권을 갖고 속전속결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는 기존 FTA 활용에 있어서도 원년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중국 내수시장 개척을 위해 차이나 데스크를 설치한다. 중국 주요 권역에 중소기업 전용매장을 확대한다. 현지 대형 유통망과 연계해 한국산 제품의 유통을 지원한다. 유망 FTA 품목 개발도 지원한다. 중견중소기업 FTA 활용률을 지난해 60.4%에서 올해 6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정상외교를 위한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원전 등 주요 프로젝트를 100억달러 이상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콘텐츠와 보건의료,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을 위해 제3국 공동진출, 대중기 동반진출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신흥국→선진국', '대기업→대+중소·중견기업'=정부는 새해 수출 6000억달러, FDI(외국인직접투자) 200억달러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5731억달러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6000억달러는 미답의 고지다. FDI는 지난해 190억달러였다.

정부는 이를 위해 시선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돌리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역량 강화 지원과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 활성화 방안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올해 2400개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지원한다. 중견중소기업 수출비중을 지난해 34%에서 올해 3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합동으로 선진국 대상 해외전시회와 무역사절단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무역상사는 100여개 추가 지정한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 확대를 위해 미국 아마존과 중국 타오바오 등 글로벌 온라인쇼핑몰에는 중견중소기업 상품 입점 확대를 지원키로 했다. 일본 라쿠텐과 호주 이베이 등 선진국 온라인몰에 한국식품 전용관을 확대 설치한다. 알리바바 내 파워셀러 양성에도 지원을 집중한다. 인천과 칭다오 간에는 해상배송 간이통관체제를 갖춰 전자상거래 수출기반을 강화한다.

미국과 EU, 호주 등 선진국 시장에 대해서는 공공조달시장 진출전략을 올 상반기 중 수립하기로 했다. 중남미와 CIS(독립국가연합)에 대해서는 방산, 치안, 보건의료분야 수출을 지원키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정책이 선진국 소비재 시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신흥국들의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선진국에서 통상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