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던 셰이 컬린(Shay Cullen) 신부는 숲속에 널린 야생의 망고나무를 보았다. 그는 망고를 따서 팔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들은 망고를 가져가봐야 상인들이 형편없는 가격으로 후려치고 심지어는 돈을 지불하지도 않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래서 시장에 망고를 파는 일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신부는 공정무역의 방식을 통해 그들에게 시중에 거래되는 망고보다 두 배를 더 지불하고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컬린 신부는 원래는 감옥에서 출소하는 청년들의 일거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기 위해 1975년에 수공예품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했다. 1992년부터는 가난한 농부들, 소수민족을 돕기 위해 공정무역 망고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모색하고 아동노동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 11월 방한한 컬린 신부로부터 참 부끄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필리핀에 한글로 섹스바를 홍보하는 간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곳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 한국인 포주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매년 약 45만 명의 한국의 남성들이 필리핀으로 섹스관광을 간단다.
필리핀에서 번창하는 산업 중에 하나가 성매매산업이다. 성매매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중 많은 수가 놀랍게도 인신매매를 통해 조달된다. 문제는 아동들이 인신매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풍 하이옌으로 수십만 명이 극심한 피해를 본 중부 사마르 섬에서 어린아이들의 인신매매가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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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성매매업체에 여자아이들을 공급하는 조직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농촌으로 간다. 가난에 시달리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백화점에 취업시켜주겠다고 하고선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아이들을 데려온다. 그리고 섹스바에 넘기는 것이다. 농민들이 처한 극심한 어려움이 이런 상황을 만든다.
이런 현실에서 망고는 영세한 농민들과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망고나무 한 그루로 건망고를 만들어 수출하면 어린이 두 명의 1년치 학비를 마련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살 수 있다. 이 망고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으로 온다. 농약과 비료 없이 자연의 힘으로 키워 방부제나 색소 없이 자연의 맛을 낸다.
컬린 신부는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을 통해 세상의 빈곤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매는 권력"이라며 "그 사실을 아는 것, 그런 지식이 권력"이라고 말했다.
이 권력으로 구매자는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정당한 시스템을 원해야 하고 그것을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말이다. 그 시스템은 돈이 아닌 사람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구매라는 권력, 그 힘을 아는 지식이라는 권력을 통해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