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면세품과 벌금폭탄

머니투데이 이지혜 기자 2014.12.3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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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면세품과 벌금폭탄


지난 25일 새벽 3시에 카카오톡에서 보이스톡이 하나 들어왔다. 필리핀 세부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난 지인이 인천공항면세점에서 535달러 짜리 가방을 구입했는데 필리핀 세관에 붙잡혀 있다고 보낸 하소연이었다.

주한 필리핀대사관에 따르면 필리핀 입국 시 면세한도는 사실상 0원이다. 담배 2보루나 주류 1리터짜리 이하 2병을 제외한 모든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 대사관 홈페이지에도 가급적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해 필리핀에 가져오는 것을 삼가라는 안내문이 있다.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수는 116만명. 이중 필리핀의 이 같은 관세 규정을 명확히 알고 있거나 필리핀 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를 확인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천공항면세점에서 토리버치 크로스백을 535달러에 구입한 지인도 면세 한도가 600달러로 상향됐다는 것만 알았지, 필리핀 관세 규정은 전혀 몰라 낭패를 당했다.



필리핀 세관에서 지인에게 부과한 벌금은 300달러. 한국의 면세 규정 등을 이야기해 그나마 100달러까지 깎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자의 지인뿐 아니라 당시 면세점 쇼핑백을 손에 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세부공항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고 한다. 포장을 버리고 트렁크에 집어넣었지만 보증서와 영수증 단속으로 세금을 부과당한 여행객도 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때는 여권은 물론 항공권도 같이 확인한다. 물건을 사는 고객의 목적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담배를 살 때는 항공권의 목적지에 따라 면세 한도를 안내해준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담배 면세한도가 한 갑 이하다. 사실상 면세점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면세점 매장에서 이를 분명히 안내해주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로 면세쇼핑이 인기를 끌고 있어 필리핀처럼 관세 규정이 까다로운 국가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도 내년부터 면세한도인 600달러를 초과한 물품을 반입하면서 자진신고를 하지 않다가 세관에 3회 이상 적발되면 가산세 60%를 부과할 방침이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각국의 관세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모처럼의 해외여행에 불쾌지수만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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