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기업인 가석방' 수순? 내년2월 '분수령'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4.12.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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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SK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 내년 1월말 '형기 50%'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을 지핀 '기업인 가석방론'이 여권 내에서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횡령 혐의로 수감된 최태원 SK 회장 등의 내년초 가석방에 대해 이미 당·정·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무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그러나 최근 '땅콩 리턴' 사태 이후 기업인에 대해 악화된 국민여론과 이를 등에 업은 야당의 반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회장의 경우 형기의 절반을 채운 직후인 내년 2월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오는 29일 김무성 대표 주재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인 가석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4일 "(형기를) 살 만큼 산 사람들은 나와 경제를 살릴 기회를 줘야 한다"며 "청와대에 (가석방 건의를) 전달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도 최근 청와대에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 이후 거세진 '반(反) 기업' 정서를 고려해 기업인 가석방에 유보적이었던 여당 원내지도부도 최근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6일 "기업인 가석방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과 가석방 조건에 부합하면서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큰 틀 속에서 정부가 협의해온다면 야당과 컨센서스를 만들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가장 밀접하게 교감을 주고받는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청와대도 법무부로 공을 넘기면서 기업인 가석방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기업인 가석방을 결정할 경우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의미다.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매달 하순 모범수들 가운데 가석방 대상을 가리면 법무부 장관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원칙적으로 무기징역은 20년, 유기징역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누구나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인 중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임병석 C&그룹 회장 등이 이 기준에 해당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반 수감자가 형기의 절반 미만을 채우고도 가석방된 사례는 그동안 한번도 없었다. 대부분 70% 이상을 채운 뒤에야 가석방 처분을 받았다. 야당은 이를 근거로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최 회장 등이 가석방되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 겸 비상대책위원은 2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일반적으로 복역하는 사람들이 70% 이상의 형기를 마치면 가석방이 되도록 돼 있다"며 "재벌이니까 3분의 1만 살아도 가석방해주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징역 4년을 받은 최 회장과 징역 3년6개월의 최 부회장 모두 지금까지 형기의 48%만을 채운 상태다. 이들이 형기의 50% 이상을 채우려면 내년 1월말은 돼야 한다. 만약 최 회장과 최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 결정이 이뤄진다면 그 시기는 현실적으로 내년 2월 이후가 될 공산이 큰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내심 기업인들에 대한 성탄절 특별사면도 기대했지만 '땅콩 리턴' 사건 이후 물 건너갔고, 이제는 내년 설(구정) 또는 3.1절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사든 가석방이든 내년 2월쯤에는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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