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국의 훈풍이 신흥국까지 덥혀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고, 한국증시 역시 '투자심리 개선' 이상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GDP성장률(확정치)은 앞서 발표된 수정치 3.9%와 시장 전망치 4.3%를 모두 뛰어넘은 것으로, 2003년 3분기 이후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4.6%)에 이어 예상보다 성장이 가파르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3분기 계절조정을 거친 미국의 민간 소비지출은 연율기준 전분기비 3.2% 증가해 앞서 나온 2.2%와 전망치 2.5%를 모두 넘겼다. 기업의 소비지출은 3분기 4.8% 증가해 1.1%였던 수정치에서 크게 상향조정됐다. 신규설비투자는 10.7%에서 11%로 소폭 증가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내년 1월30일 발표될 4분기 성장률이 이전보다 다소 둔화되지만 3%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증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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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 1만8000돌파 '뜨거운 뉴욕'…한국은?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64.73포인트(0.36%) 오른 1만8024.17로 마감, 사상 처음으로 1만8000선을 돌파했다. 올해 7월3일 1만7000을 돌파한 이후 119거래일 만의 일이다. 장중에는 1만8069.22까지 올라 장중 사상최고가도 경신했으며 S&P500지수도 2082.17로 사상최고를 경신했다.
뉴욕에서 불어온 훈풍 덕에 한국증시도 강세를 보였으나, 예전만큼 온기가 전달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7.59포인트(0.39%) 오른 1946.61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936.74(-0.12%)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성장은 긍정적이지만, 글로벌 증시 동조화가 약해졌고 한국 등 신흥시장에 미치는 파급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경기가 좋은 미국에 비해 국내증시는 경제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을 봐야한다"며 "기업들의 실적도 미국과 달리 저조한 편이라 뉴욕증시와 동반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美강세, 파급력 있는 호재로 보긴 어려워
그는"올 4분기 주요기업들의 순이익 컨센서스를 모아보면 총 20조원 수준이 된다"며 "최근 3년간 4분기에 기업들이 실제로 거둔 순이익 평균치가 11조6000억원이었다는 점을 보면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증시가 주목해야 할 변수는 미국경기 보다는 유가와 신흥국 자금흐름"이라며 "오히려 실적부진에 따른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게 국내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도 미국의 경제와 증시는 당분간 순항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증시가 이를 따라갈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그는 "뉴욕증시는 경제활성화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성장률이 높으면 역으로 금리인상 우려가 제기돼 악재가 됐는데, 이번엔 성장을 순수하게 호재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미국경기가 회복되면 그 효과가 유럽이나 중국으로 확산되고,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도 파급이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활성화가 각국으로 확산되는 정도가 미약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성장이 한국증시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신 국제유가와 신흥국 자금유출 등의 보다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변 센터장의 판단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증시의 강세보다는 한국기업들의 실적과 수출입 실적 등 자체변수를 보다 눈여겨 봐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