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왜 필요한가

머니투데이 조수진 조수진 법률사무소 대표 2014.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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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변호사(조수진 법률사무소 대표)

조수진 변호사(조수진 법률사무소 대표)조수진 변호사(조수진 법률사무소 대표)


지난 12일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이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번 판결의 근거인 유통산업발전법 상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해석에 문제가 있어서다. 영업시간 제한이 도입 취지인 골목상권 보호 효과를 내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의 고용 창출 효과는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우선 판결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점원의 도움없이 쇼핑하는 대형마트가 아니어서 그들에 대한 영업시간제한이 위법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것은 문리해석에 벗어나고 국민법 감정상으로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석이다.



이번 판결의 해석 논리는 이러하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정의를 점원의 도움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점포라고 규정한다. 이는 점포를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기타 총 6개로 구분해 각각에 맞는 규제를 하기 때문에 점원이 주도해 도움을 주는 백화점으로부터 덜 그러한 대형마트를 구별하려는 의도였다.

따라서 법 취지상 이번 판결처럼 대형마트의 정의에서 '점원의 도움없이'라는 문구를 엄격히 해석해선 안된다. 이럴 경우 대형마트 내에 점원 몇 명만 배치하거나 약간의 임대매장 직원만 있어도 어떤 대형마트든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 제한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이는 꼼수와 편법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은 지난 7~8년간 국회와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입법된 것으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 골목상권 보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장경영진흥원 조사결과 의무 휴업 시행 후 중소소매업체와 전통시장의 매출액과 평균 고객이 각각 10% 이상 증가했다. 소비자 78%가 의무 휴업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반면 대형마트가 창출하는 고용 효과는 질이 떨어진다. 2012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6개 대형 유통업체의 사업보고서를 입수해 최근 6년간 직원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의 매장당 정규직 직원은 평균 100여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자체 고용보다는 납품업체 직원이나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허울에 가까웠다


서구 유럽에서도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제와 평일 영업시간 제한은 대형마트 규제의 보편적인 제도 중 하나이다. 독일은 대형마트 진출시 그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10% 이상이면 아예 입점 자체를 못하게 한다. 동네 상권의 붕괴는 곧 국가적 재앙이고, 이는 빈곤층의 증가로 이어져 세금은 줄고, 의료·실업 등 복지비용은 증가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미 홈플러스 청주점의 경우 3년 동안 반경 5㎞ 내 슈퍼마켓 337곳 가운데 21%에 해당하는 72곳이 폐업했다. 건강미용식품 매장, 문구점, 컴퓨터매장 등 홈플러스 판매품목과 중복되는 매장까지 합하면 200여곳이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 제도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모범적인 상생제도로 잘 시행돼 왔다. 최근에는 소비자들도 제도 취지에 공감해 동네 슈퍼마켓과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번판결이 다시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 제도는 그대로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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