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이건희가 없어도 똑같을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4.1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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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30>삼성의 후계자에 거는 기대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왕이 죽었다(The King is dead)”

애플을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만든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2011년 갑작스레 죽었을 때 사람들은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를 걱정했다. 그간 애플의 혁신과 성공이 거의 전적으로 잡스에서 비롯됐기에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은 더 이상 혁신 제품을 내놓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 때 잡스의 후계자로 등장한 팀 쿡(Tim Cook)은 매번 잡스와 비교 당하며 낮은 평가를 받았다. 사람들은 후계자 쿡이 잡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고 말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쿡이 애플의 새 CEO가 된 후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밀렸고, 큰 투자가 들어간 애플 지도는 실패했고, 세상을 놀라게 할 신제품 출시는 늦어졌다. 애플 주가는 잡스가 죽은 뒤 올랐다가 최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사람들은 “왕이 죽었다(The King is dead)”며 곧 애플의 몰락을 전망했다. 잡스가 죽은 지 2년도 안 돼 마침내 우려가 현실로 다가 온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쿡은 약하지 않았다. 잡스와 다르다는 것에 주눅 들지 않았고 열등감에 빠져 일을 망치지도 않았다. 쿡이 새 CEO가 된 지 3년이 조금 지난 지금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잡스 시절에 비해 2배 넘게 올랐다. 대화면 아이폰6와 6플러스가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아이워치로 웨어러블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놓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쿡의 리더십과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 "버크셔는 제가 없어도 똑같을 겁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83세 고령의 버핏이 물러나면 버크셔가 어려워지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주주들을 달래며 "자신이 물러난 뒤에도 회사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크셔의 주주들이 버핏의 후계를 걱정하는 이유는 당시 스티브 잡스가 죽은 뒤 애플 주가가 거의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지는 걸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왕이 죽었다”라며 애플의 몰락을 단정하는 무서운 얘기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버핏은 “우리는 수년에 걸쳐 버크셔의 기업문화를 단단하게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제 어느 누가 후계자로 와도 현재의 버크셔 기업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 답하며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새 후계자가 모든 사안을 저와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매니저들이 회사운영을 지금과 똑같이 수행할 것이기에 버크셔는 제가 없어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자신의 후계자는 "더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고, 열정이 가득찬 인물"로 고를 것임을 주주들에게 거듭 다짐했다.

# “삼성의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이건희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었다”

혁신은 지금의 삼성을 만든 성공의 열쇠였고, 그 혁신의 중심에 이건희 회장이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간의 혁신과 성공이 바로 이건희 회장에게서 비롯됐다는 점이 바로 소름끼치게 염려스런 부분이다.

사람들은 2011년 잡스가 없는 애플에 대해 걱정했던 것처럼 지금 ‘이건희가 없는 삼성’을 우려한다. 이미 이건희 없는 삼성의 모습이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 그래서 버핏이 버크셔 주주들에게 말한 것처럼 ‘삼성은 이건희가 없어도 똑같다’라는 안심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또 삼성의 후계자는 ‘더 똑똑하고, 에너지 많고, 열정적인’ 사람이길 기대한다.

2015년 새해엔 이건희 회장의 신년사를 듣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성 후계자의 한 마디에 더 귀를 쫑긋 세우며 궁금해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삼성 후계자에게 거는 기대치도 점차 커지고 있다. 새해엔 포스트-이건희 삼성에 대한 우려와 의심이 더 본격화 될텐데, 애플의 쿡처럼 모든 의심과 염려를 시원하게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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