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중수익'도 못믿어..'안전자산'으로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4.12.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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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판매 연초보다 4배 뛰어

러시아 경제위기가 부각되고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위험자산은 물론이고 주가연계증권(ELS), 롱숏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마저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정기예금, 채권형펀드, 금 등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은 늘고 있다.

'중위험·중수익'도 못믿어..'안전자산'으로


골드바는 금값 하락에 따른 저가매수성 자금까지 들어오면서 월간 판매량이 연초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골드바는 250kg이 판매됐다. 골드바 판매량은 1월부터 7월까지 매달 50~90kg대에 그쳤지만 8월 103kg, 9월 126kg, 10월 132kg, 11월 137kg 등으로 점차 늘어났다. 골드바는 주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1kg짜리가 판매됐지만 지난달부터는 37.5g과 10g짜리 소량을 찾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1kg짜리 골드바가 4777만원에 판매되는데 반해 37.5g짜리는 182만원, 10g짜리는 47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실버바 판매도 급증세다. 세달 연속 900kg대 판매가 이뤄졌다. 실버바는 지난 1월에 450kg이 판매되는 등 올들어 8월까지 매달 400~700kg대가 팔리다 9월에는 850kg으로 늘었고 10월에는 980kg, 11월에는 910kg, 이달에는 960kg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은행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정기예금은 10월 들어 1조7378억원 늘었고 11월에는 3조6527억원 급증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도 갈 곳 없는 자금들이 다시 들어오면서 10월에는 3조2503억원, 11월에는 6조82491억원 증가했다.



펀드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이 위험자산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내면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액티브 주식형펀드에서는 2027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채권혼합형펀드로는 1256억원, 채권형펀드로는 2686억원이 유입됐다.

올들어 액티브 주식형펀드에서는 3조5987억원이 빠져나갔고 이 돈은 채권혼합형펀드와 채권형펀드로 각각 1조9546억원, 1조6771억원씩 유입됐다. 올들어 국내 주식형펀드가 -5.57%의 수익률로 손실을 내고 있는 반면 채권혼합형펀드는 1.78%, 채권형펀드는 4.42%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위험·중수익'도 못믿어..'안전자산'으로

반면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은 외면받고 있다. 롱숏펀드는 지난해 1조3923억원이 유입된데 이어 올해 4월까지만 해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지만 5월부터는 자금이 유출되며 8개월여동안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출됐다. ELS는 최근 녹인(손실가능구간) 이슈가 불거지면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은 발행이 줄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종목형 ELS(원금비보장) 발행 규모는 11월 322억원에서 이달 88억원으로 급감했다. 올초 1470억원에 비해서는 94% 쪼그라들었다. 지수형 ELS 발행 규모도 지난 9월 6조5100억원에서 이달 3조9219억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는 올초 3조113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최근 제일모직 상장으로 단기화된 자금이 많은데다 차명계좌 거래 금지 등으로 현금화된 자금들이 투자상품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1월이 되면 주식 등 위험자산에도 자금이 조금씩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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