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던진 외국인…'배.유.리'는 챙겼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4.12.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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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유가하락 수혜·이익 개선 종목' 주로 담아…유가급락·러시아 불안 잦아들 때까지 매도세 이어질 듯

외국인이 최근 7거래일간 코스피에서 3조원 가까이 내던지는 가운데 배당주, 유가수혜주, 이익개선 종목만큼은 챙겼다. 유가하락 및 러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증폭되고 있어 보수적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0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로 일관했으며 이 기간 순매도한 금액은 총 2조8357억원이다. 유가하락 및 러시아 디폴트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혼재한 가운데 신흥국에서 자금을 걷어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거센 매도 와중에도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유가하락 수혜를 입으며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은 바구니에 담았다.

3조원 던진 외국인…'배.유.리'는 챙겼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한전기술 (61,400원 ▲1,000 +1.66%)로 365억원 어치다. 아울러 한전KPS (34,850원 ▲500 +1.46%)(360억원), 한라비스테온공조 (5,250원 ▼40 -0.76%)(144억원) 등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거나 또는 배당 확대가 기대되는 종목을 주로 바구니에 담았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전KPS와 한전기술 모두 배당성향 50%, 배당수익률 2%의 안정적 배당을 실시해왔다"며 "한전KPS는 노후 발전소 성능 개선 사업 확대 등으로 인해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20%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한전기술도 국내 원전 수주가 증가하는 등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최근 인수·합병(M&A)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배당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일 한국타이어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진행하는 한라비스테온 지분인수에 참여, 한라비스테온의 지분 19.49%를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남경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주목할 것은 배당 확대 가능성"이라며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배당성향은 2011년 이후 30%를 웃돌았고 2013년 35%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배당수익률은 자동차 업종 내 최고 수준"이라며 "대주주 변화에 따라 주주친화 정책은 강화될 것으로 보여 2015년까지 배당성향은 50%, 배당수익률은 5.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은 배당주뿐만 아니라 유가하락 수혜주, 이익 개선이 가시화되는 종목들도 함께 담았다.

대한항공(271억원)과 아시아나항공(185억원)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고 우리투자증권(232억원)도 함께 사들였다. 항공사는 항공유 비용 감소로 인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이익이 증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도 NH농협증권과의 합병 시너지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인데 박선호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단위농협을 활용한 리테일 판매채널이 확대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이미 완료됐다는 측면에서 비용 효율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 7거래일간 삼성전자를 9521억원 어치 팔아 가장 많이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제일모직(4494억원), 현대차(2272억원), 삼성에스디에스(1286억원), SK텔레콤(720억원), 신한지주(596억원) 등을 순매도 상위 목록에 올렸다. 모두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 차장은 "유가하락과 러시아 금융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에 외인이 국내 시장을 통째로 팔고 있는 셈"이라며 "코스피 시장에서의 전체 외인 매도 가운데 비차익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고 시총 상위종목 순으로 매도금액이 크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비차익 거래란 코스피 종목 가운데 15개 이상 종목을 묶어서 동시에 매매하는 '바스켓' 거래를 뜻한다,

다만 제일모직은 이날이 상장 첫 날이기 때문에 외국인 대부분이 공모투자 차익실현 물량을 내놓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인은 비교적 높은 배당을 실시하거나 이익개선이 보이는 종목을 가져가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다만 매수폭은 미미하고 매도폭은 매우 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보이고 유가하락과 러시아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잦아드는 시점까지 전반적인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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