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면세였던 납사(나프타) 제조용 원유 수입분에 대해 최대 2%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름 뒤면 시행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에서도 넉넉지 못한 배출권을 배정받았던 업계는 국제유가 하락세까지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유업계 삼중고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러나 관세환급률을 1%로 줄일 경우 납사 제조용 원유에도 2%의 관세가 붙는 결과로 이어진다. 업계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산 납사에 대한 경쟁력은 더 약해질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해외에서 55%, 국내에서 45%가량의 납사를 구입하는데 해외 물량 중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일본의 아베정부가 엔저 정책을 유지하며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을 감안하면 우리정부의 관세환급률 하향은 우리 정유업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납사제조용 원유 관세 환급률 하향은 연말 적자 위기에 있는 정유사의 최대 현안 중 하나"라며 "세수를 확보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시기도, 방법도 최악의 수"라고 꼬집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아울러 내년 시작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역시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일 탄소배출권 적용대상 기업별로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했다. 정유업계는 정부에 총 6000만여t(톤)의 탄소배출권(KAU)을 신청했으나 이 가운데 배정받은 양은 5633만톤에 불과하다.
나머지 370여만톤은 업계가 생산량을 줄이거나 탄소저감 장치를 새로 설치해야하지만, 향후 업황 회복 시 생산량 증가 가능성과 그동안의 탄소저감 노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받은 배출권할당량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다들 배출권을 반영해 내년 사업계획을 짜내느라 정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정권에서 고유가 상황에 맞춰 짜놓은 규제를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규제만 생겨나고 있다"며 "규제를 하려거든 동시에 현재 업황에 맞도록 기존 규제를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한편 국내 정유4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제마진(원유를 석유제품으로 팔았을 때 남는 이익) 약세와 글로벌 경기회복 부진, 올해 원화강세 및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로 사상 최초로 연간 1조원대 손실이 유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