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증 있고 물증 없는 스팩 합병정보 유출

머니투데이 유다정 기자 2014.12.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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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전 스팩 주가상승한 사례 잇따라…정보유출 의혹은 있으나 제재 어려워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합병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증권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합병 전에 스팩 주가가 상승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정보에서 소외된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팩은 다른 기업과 합병을 유일한 목적으로 상장하는 서류상 회사를 말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하나머스트스팩, 우리스팩2호, 유진스팩1호 등을 비롯해 7곳의 스팩이 합병을 완료했거나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증권업계는 잇따른 합병 소식으로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전정보 유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심증 있고 물증 없는 스팩 합병정보 유출


합병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은 스팩의 이유 없는 주가 상승 때문이다. KB제2호스팩은 지난 4월말 증시에 입성해 한달여만인 5월말 케이사인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간동안 KB제2호스팩은 주가가 공모가 2000원에서 2450원까지 상승했다. 미래에셋제2호스팩도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 계획을 알리기 전날 종가가 3100원까지 치솟았다. 공모가는 2000원이었다. 교보위드스팩은 상장 첫 날인 지난달 7일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했고 한달만인 지난 8일 엑셈과 합병을 발표했다. 스팩은 합병 발표가 나기 전까지는 서류상 회사에 불과해 주가가 공모가 대비 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실제로 합병 발표가 나지 않은 다른 대다수 스팩들은 주가가 공모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합병 직전에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주가 상승이 곧 정보 유출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스팩을 상장시킨 증권사가 어떤 기업과 IPO(기업공개) 계약을 체결하면 이 기업과 스팩이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될 수도 있고 시장의 뜬소문이나 스팩 업계의 분위기 때문에 스팩의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투자증권은 정보 유출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혐의가 없어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다. KB제2호스팩은 케이사인과 합병을 완료해 지난달 신주 상장을 마쳤다. 미래에셋제2호스팩 역시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난 9일 주주총회를 열어 콜마비앤에이치와 합병 안건을 승인받았다.



정보 유출 의혹을 받은 스팩 관계자는 "스팩의 주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이 사실상 없어 주관사와 기업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유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대한 정보 유출을 막으려 하지만 기업, 증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관련 기관들이 많아 원천봉쇄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팩의 기업가치가 증가하면 합병 대상이 되는 기업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권업계는 다만 정보 유출 의혹이 계속되는 만큼 합병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스팩이 합병 공시를 내기 약 2주일 전에 거래소와 사전 협의하라고 요구했지만 증권업계가 이 기간 동안 정보 유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해 하반기 들어 이같은 요구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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