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배영수는 7개의 뼛조각을 기억하는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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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의 오른 팔꿈치에서 나온 7개의 뼛조각들.배영수의 오른 팔꿈치에서 나온 7개의 뼛조각들.


도대체 이게 뭐야. 무엇을 찍은 사진이야?

신기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런 사진이 언론에 소개된 적은 없다. 무엇일까? 뼛조각들이다. 선동렬 감독 시절이었던 2005~2006 시즌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던 전 삼성 에이스 배영수의 오른 팔꿈치에서 나온 뼛조각 7개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투수의 팔꿈치 안에 이런 뼛조각들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그런 팔꿈치로 타자들을 상대로 전력 투구를 하려면 정말 고통스러웠을텐데 배영수는 소속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자신을 던졌다. 그의 수술을 담당했던 미(美)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프랭크 조브 클리닉의 집도의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팔로 투수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 같다. 무모했다”는 말을 했다.



2007년 1월이다. 경북고 출신의 삼성 우완 정통파 투수 배영수는 LA의 프랭크 조브 클리닉에서 팔꿈치 인대를 새롭게 접합하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배영수의 팔꿈치 안에 돌아다니던 뼛조각 7개가 제거됐다. 집도의는 그 뼛조각들을 배영수에게 전달했다. 배영수는 사진을 찍어서 필자에게 보여줬고 그 중 하나는 목걸이로 만들어 영원히 잊지 않고 보관하겠다고 밝혔다.

배영수는 수술 후 LA 코리아타운의 호텔에 머물면서 재활을 시작했다. 당시 박찬호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박찬호와 함께 했다.배영수는 수술 후 LA 코리아타운의 호텔에 머물면서 재활을 시작했다. 당시 박찬호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박찬호와 함께 했다.
당시 삼성 김재하단장은 배영수의 수술과 재기를 위해 구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했다. 삼성의 미 현지 스카우트로 LA에서 활동하던 이문한씨가 본연의 업무를 모두 제쳐놓고 배영수 뒷바라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김재하단장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 투수 생명까지 걸고 자신을 희생한 배영수에게 필요한 지원을 모두 해야 한다. 그게 명문 구단의 도리고 소속 선수들에게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류중일 감독 시대를 맞아 금년까지 한국시리즈와 정규 페넌트레이스 4연패라는 사상 최초의 위업을 달성한 배경에는 배영수의 재기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한 구단 프런트의 정성과 노력이 있었다. 어떤 선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삼성 라이온즈의 일원이라는 것에 대해 긍지를 가지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 삼성은 배영수와 이별했다. 필자는 ‘설마 삼성과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배영수의 계약이 결렬될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삼성이 2000년대 최강 팀으로 도약한 밑바탕에 배영수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영수는 바로 2000년 삼성에서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2000년대 삼성 야구를 상징하는 투수였다.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했던 삼성은 해태 타이거즈 전성기를 이끈 김응룡감독을 영입해 2002년 마침내 감격의 첫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이후 2005~2006년(감독 선동렬), 2011~2014년(감독 류중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배영수가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15년 동안 7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삼성과 배영수는 FA 협상에서 어떤 이견이 있었을까? 삼성이 제시한 조건은 어느 정도였을까. 조건의 문제였는가, 아니면 오해나 감정이 생겼는가.

배영수는 김성근감독을 영입해 도약을 시도하는 한화와 3년간 총액 21억5000만원에 계약하고 삼성을 떠났다. 계약금 5억원이 있지만 연봉은 올시즌 삼성과 같은 5억5000만원이다. FA로 한화와 계약했지만 삼성 시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화와 계약했다.

삼성 구단이 배영수를 보냈는지, 아니면 배영수가 떠났는지 그 사연을 알 수는 없지만 내년 2015시즌 삼성 야구단의 팀 분위기(chemistry)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을 것이 확실하다. 전력 외의 전력이 팀 분위기다. 배영수가 7개의 뼛조각들을 잊지 않고 있다면 한화의 에이스로 재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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