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창현 기자 chmt@
현대과학이론과 SF, 과학단편소설 등이 종합적으로 버무려진 과학책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의 저자 원종우씨(사진· 필명 파토)는 "과학이 '진짜' 대중화될 수 있는 초기에 와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인문학 대중화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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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작가는 '인터스텔라' 흥행세가 많은 부분에서 마이클 샌델이 일으킨 인문철학 붐과 닮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우려된다. 인문학 분위기는 마치 유행처럼 어느 순간 사그라지고 불씨만 남았다.
"되돌아보면 인문학의 대중화는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적허영 부분이 너무 크게 부각됐죠. 인문학이 대중화 됐다고 하기 보다는 '인문학이란 이름이 붙은 오만가지 것'들이 대중화 됐다고 보는 게 맞아요. CEO(최고경영자)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 등이 대표적인 허영 파트(Part, 부분) 아닐까요. '진짜' 인문학이 아니라, '인문학적'이란 말이 굉장히 싸게 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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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가 되어야 비로소 과학대중화
일각에선 인터스텔라 광풍이 '교육열'을 자극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영화를 통해 우주과학에 대해 알게 되면 수능 또는 학교수업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컸다는 것이다. 입시와 연결된 과학문화는 그 학생이 사회로 진출함과 동시에 의미를 상실하게 될지 모른다. 이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원 작가의 생각은 다르다.
"아시다시피 요즈음은 '공부가 되는 고전문학', '공부가 되는 톨스토이' 이런 식으로 입시를 깔고 들어오죠. 지금은 설령 입시를 보고 접근했다고 할지라도 이런 것들이 체화되면 나중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요. 교육열 때문에 또는 수능 때문에 온다고 해도 야단칠 필요가 없다고 봐요. 과학도 마찬가지죠. 제대로 전달만 된다면 그 문제는 스스로 해결 될 테니까요. 제대로 전달이 안 되니까 수능으로 밖에 안 가는 거죠."
원 작가는 과학의 대중화를 심도 깊게 생각할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과학은 인문학의 대중화 과정보다 더 앞으로 나아갔으면 해요. 트렌드로 그쳐선 안 되고 좀 더 내실 있고 뿌리 깊게 박힐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사진=생각비행
이 책은 '과학하고 앉아있네' '과학같은 소리하네' 등의 과학 부문 인기 팟캐스트를 운영 중인 필명 파토(본명 원종우)가 딴지일보에 연재한 과학칼럼을 엮은 내용이다. 원 작가를 상화한 일러스트 디자인과 각종 자료사진을 통해 보고 읽는 재미를 더했다. 원 씨가 쓴 과학단편소설도 눈길을 끈다. 비전공자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지만 반전도 대단하다.
영화 '그래비티' '인셉션' '매트릭스' '백 투 더 퓨처' 외에도 오 헨리의 단편 '20년 후' 등 대중에게 친숙한 소재로 과학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었다. SF영화 '인터스텔라' 속 △특수상대성이론 △평행우주론 △중력의 다양한 영향 등도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학이론만 쉽게 풀어쓴 교양서 정도로 보면 안 된다. 과학적 질문이 철학과 연결되고, 독자로 하여금 '과학적인 태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