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 혼란…선진화법 개정 당시 논의도 안돼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4.12.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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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폭력국회 오명 씻으려 법안 처리에 급급…부작용 충분치 논의되지 않아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스1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스1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올해 처음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실행되면서 제도상 미비한 점이 속속 드러났다. 이번 예산안 '졸속 처리'가 국회법 개정 당시 '졸속 논의'로 인해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국회선진화법 통과라는 성과에 가려 법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간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2012년 4월 18대 국회 운영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국회법 개정안 속기록을 분석해본 결과 논의 당시 예산 심의와 예산부수법안 심의가 미흡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도입된 예산 자동부의 제도는 헌법에서 정한 예산 심사 기일을 지키고, 국회에 충분한 토론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11월 30일 예결위 심사 종료와 12월 2일 본회의 처리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여야가 예산 심사를 정해진 시한까지 마치지 못하더라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1일 0시를 기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하지만 18대 국회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할 당시 관련 논의는 단 7페이지 분량. 논의된 시간은 겨우 2시간 남짓이다. 이날 국회선진화법에 포함된 국회 상임위 찬성 의결수 3/5로 강화, 필리버스터제 도입 등 논의까지 합하면 예산 자동 부의제도 논의가 이뤄진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하다. 이 몇 분 중에서도 예산 자동부의제에 대한 의원들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날 유일하게 문제점을 짚었던 운영위원회 소속이었던 김진표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은 "(예산 심사 기간이 부족해) 국회가 가장 중요한 기능인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심의하는 것이 어차피 수박 겉핥기 식 졸속심사가 될 수 밖에 없고 정부 여당은 조문의 위력때문에 예결위 심의나 상임위 심의를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대에서 예산회계 편성과 처리절차, 주기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과 함께 처리해 개정을 해야 한다"며 "(자동 부의제 도입 관련) 조문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결산, 국정감사, 예산심사 등 국회 일정이 맞물려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국회일정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자동부의제를 주도했던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현 자동부의제는 헌법에 준해서 국회 운영 사이클, 주기를 조정해서 개정안을 만든 것"이라며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관련 법률안은 19대에서 다시 수정하자"고 답했다. 헌법상 예산이 11월30일까지 처리돼야 하는 일정에 맞춘 것이라는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날 운영위원회 위원들은 논의 끝에 예산 심사 기간과 일정에 대한 수정사항은 논의하지 않고 19대에서 예산안 제출일을 8월1일로 개정하는 것을 약속하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예산 제출일을 2015년 예산심사 때부터 8월1으로 앞당기도록 국가재정법이 개정됐다.

올해 첨예한 논란이 된 예산부수법안 상정 절차 및 권한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올해 첫 시행된 예산안 처리 중 세입부수법안은 해당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가 생략된 채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의장이 세입부수법안을 지정하게 함에 따라 이미 여야가 이미 합의된 세입 법안도 예산안에 상정되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렇게 국회법 개정이 쫒기듯 처리된 것은 당시 국회가 뒤집어쓴 '폭력국회'라는 오명을 뒤집고자 하는 국회의 조급함도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회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김 전 의원도 "19대 국회에서 다시 돌발사태가 생겨 또다시 몸싸운 식으로 가면 우리 여야가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18대 국회에서 마무리 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일하게 국회법에 반대했던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우리가 가능한 한 적게 만들고 제어하는 것으로 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반성이나 이런 기반 없이 국회법 하나로 처리하겠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여야가 서로가 유리한 정국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를 맞바꾸기 한 결과라고도 말한다. 국회 개정법에 포합된 예산 자동 부의제와 상임위 의결 요건을 3/5이상 찬성으로 강화한 것을 여야가 맞바꾼 결과라는 것이다.

당시 운영위원회 회의를 참석했던 국회 관계자는 "예산 자동 부의제도는 정부와 여당의 의견이 최대 반영될 수 있는만큼 여당에게는 유리한 제도고 상임위 의결 요건이 강화되면 야당의 협상력이 높아진다"며 "서로 간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들이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려다 보니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이를 위한 준비와 일정을 제대로 정상화하지 않은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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