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김정주, 김범수, 김택진, 이재웅
벤처 1세대 5인방은 C프로그램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대표이사는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엄윤미 씨가 맡았다.
엄 대표는 "큰 부를 축적한 인물들이지만 단순히 기금을 전달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의 진행상황을 평가해 추가적인 자금 지원 등을 결정하는 자선재단이 아닌 벤처자선 방식의 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의 실력자이자 경쟁자인 5인이 설립한 C프로그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재벌 2세와 이재웅 다음 창업자, 이찬진 드림위즈 창업자 등 벤처기업인이 주축이 돼 '상생경영'을 주창하며 2001년 만든 'V소사이어티'를 떠올리게 한다.
V소사이어티는 벤처 창업가들이 재벌 2세들과 뭉쳤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세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냈지만, 벤처의 기술력과 대기업의 자본력을 합해 새로운 형태의 협력모델을 찾자는 취지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V소사이어티를 주도했던 최태원 회장이 2003년 분식회계로 구속된 이후 지금은 모임 성격이 바뀌고 명맥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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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프로그램은 벤처 창업가들이 자본이나 미래전망 아이템을 발굴하는데 있어서 더 이상 대기업의 힘을 빌릴 필요 없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하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발굴한다기 보다 '될성부른 떡잎'을 발굴하는데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V소사이어티와는 다르다.
C프로그램은 벤처자선이라는 명확한 사업방향을 설립부터 정하고, 투자할 사업에 대해 이사들이 논의하고 구성원 모두가 균등하게 출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C프로그램이라는 회사명은 도전(Challenge), 변화(Change), 창의성(Creativity), 협동(Collaboration) 등의 영어 머리글자에서 따 왔으며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주로 재정상태가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사회단체, 비영리기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엄 대표는 한국에서 재능기부라는 용어가 생소하던 2000년대 초반 IBM의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당시 '공정무역'에 관한 글을 번역해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친 바 있다.
국내에서 벤처자선은 C프로그램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LGT 벤처자선, 유럽벤처자선협회, 아시아 벤처자선 네트워크, 실리콘밸리 사회벤처펀드, 국제 소셜벤처 파트너 등의 단체에서 회원들로부터 기금을 모금해 아시아나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벤처자선을 진행 중이다.
C프로그램의 첫 투자대상은 기초과학 연구자, 환경운동가 등을 지원하는 NGO 단체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아시아기금 설립으로 잡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엄 대표는 "이제 사업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라 제대로 된 사무실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국내 벤처 1세대의 새로운 도전이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