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9위' 한화, 삼성계열사 품던 날… 놀람 뒤 책임감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임동욱 기자, 서명훈 기자, 박준식 기자 2014.11.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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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원은 오히려 낫다' 반응도… '복귀 앞둔' 김승연 입지 강화, 이재용도 체제 확고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제공=한화, 삼성그룹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제공=한화, 삼성그룹


한화그룹이 삼성그룹 4개 계열사의 인수를 발표한 26일 두 회사의 분위기는 달랐다.

한화는 이번 인수로 화학과 방산에서 국내 1위의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자산이 약 50조원으로 증가해 재계순위도 한진그룹을 밀어내고 9위로 올라섰다. 회사가 커진다는 기쁨 보다는 업계 맏형으로써의 책임감이 더 해진 분위기다.

◇ 매각되는 삼성계열사 '불안', 인수하는 한화 ‘담담’



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 등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속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오후 들어선 삼성 '후자(後子)'로 사느니 한화 '전자(前子)'로 사는 게 낫다는 말도 나왔다. 한화는 화학과 방산이 주력이어서 이 분야에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란 것이다.

이날 한화그룹 분위기는 '차분'했다. 사내 직원들의 주제는 당연 삼성과의 M&A(인수합병)였지만, 들떠 있는 분위기를 볼 수 없었다.



이른 아침 출근하면서 만난 직원들의 첫 마디로 "진짜야" "아침 뉴스 봤어"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오전 9시경 회사 측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분위기는 담담해졌다.

업황의 장기불황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직원들이 회사가 커진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기쁨을 나눴지만, 국내 최대 석유화학 및 방산 기업으로 거듭나게 됨으로써 책임감 또한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한화도 직원들에게 삼성에서 옮겨오는 분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변화된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존중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삼성과 한화는 이번 거래에서 이직하는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임금수준 유지도 포함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화그룹 홈페이지는 삼성계열사 인수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폭주로 접속이 중단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 김승연 한화 회장 입지 더 강화되고, 인수는 내년 6월 마무리

한화그룹은 앞으로 2~3개월간 인수하는 삼성그룹 4개 계열사에 대해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에게 지급해야 되는 비용은 최대 1조 9000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인수 계열사들이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둘 경우 옵션으로 1000억원을 추가 지불하기로 했다.

대금이 거액인 관계로 삼성은 한화의 사정을 고려해 분할 상환 받기로 결정했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매각 대금 8400억원은 2년, 삼성종합화학(1조 600억원)은 3년에 걸쳐서 분납하면 된다.

한화는 실사를 마치는 대로 매수 가격을 최종 확정하고,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로써 한화그룹의 주력인 한화케미칼은 연 매출 18조원, ㈜한화는 9조원대의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국내 화화업계에서는 LG화학과 1·2위를 다투고, 방위산업분야에서는 부동의 1위를 자리매김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복귀를 눈앞에 둔 김승연 회장과 태양광과 화학 사업을 총괄하는 장남 김동관 실장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된 삼성의 후계 시나리오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승계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건설·중화학계열사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광고 계열사를 맡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이 화학 계열사를 전격 정리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말 그대로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것이 확인되어서다.

◇ 한화의 인수전 막후에서는

한화의 삼성계열사 인수가 결정되기 전까지 삼성그룹에서는 최고 경영진 몇 명을 빼고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한화그룹은 담당실무자까지 관련 내용이 전달됐다.

수요 사장단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빅딜'에 관해 모른다고 일관했다. 인수 대상기업 임원도 전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한화케미칼을 인수하면 했지, 말이 되는 구도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지만, 한화 관계자들은 일체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삼성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매각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롯데케미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화학계열사만 넘겨달라고 했지만, 방산까지 모두 매각할 계획이었던 삼성은 한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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