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25년 지나도 '내적통일' 미완성 "작은 교류부터 시작해야"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4.11.2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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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통일이 경제위기 극복의 돌파구다]"통일 이후 사회문화적 갈등 클 수 있어 미리 대비해야"

'오씨(Ossi·동독인)'와 '베씨(Wessi·서독인)'.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지만 독일인들의 마음속 장벽이 아직은 덜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속어들이다.

통일이 된 이후에도 수년간 서독인들은 동독인들이 게으르고 불만이 많다며 오씨라 비하했고, 반대로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에게 '돈만 알고 거만하다'며 베씨라 맞받아쳤다.



25년이 지난 지금 독일이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도약하면서 경제부국으로 성장해가고 있지만 아직 동서간 마음 깊은 곳 앙금들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준비되지 않았던 통일로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곳에 문제점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같은 노동을 해도 동독 출신은 서독 근로자에 비해 평균 20% 적은 임금을 받고, 동서독 연금도 15~20% 정도 차이가 난다.

고위층에서도 이런 경향은 마찬가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나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동독 출신이지만 연방장관 14명 가운데 동독 출신은 2명에 그친다. 독일 DAX 지수 상위 30개 기업 대표 가운데 동독 출신은 아무도 없다.

'지역감정'이 여전한 독일에 대해 일각에서 미완의 통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성공적인 통일의 사례로 꼽히는 독일의 이런 이면들은 역으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5년간 독일이 격은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 미리부터 통일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성균 중앙대 교수(독어독문학)는 "실제 통일이 되면 경제적 비용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갈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언제 다가올지 모를 통일에 당장이라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한국과 북한도 민간끼리 대화와 교류의 기회를 늘려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작은 신뢰 관계부터 쌓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반세기 넘게 분단됐던 남북한의 격차는 단시간에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베를린 장벽도 갑자기 무너진 것 같지만 사실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작은 교류들이 오랜 기간 쌓여 통일이 성사된 것"이라며 "통일이 성사된 독일도 사회적 통합이 쉽지 않은 점을 볼 때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반도도 계속 남북 교류의 끈을 놓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경제적인 대비는 필수적이다. 서독은 사전에 통일 시점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동독 지역 재건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든든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통일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통일 비용을 계층간·세대간·지역간(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를 시작해야할 필요도 있다는 조언도 있다.

한 전문가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서독 주민도 동독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돕기 위한 재정 지출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통일관이 경제적 이익이나 불리만 따지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되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통일 비용을 준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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