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전통적인 IPO 성수기로 꼽힙니다. 12월을 넘길 경우 당해 실적 결산을 다시 해야 해 감사보고서 제출까지 4~5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家' 형제들인 삼성SDS와 제일모직까지 상장 대열에 가세하자 이들을 피해 상장하려는 기업의 공모청약 등 IPO 일정이 한데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겹치는 일정 때문에 기업설명회(IR)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장소 섭외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일부는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이미 꽉 차있어 애초 생각했던 장소보다 급이 한 단계 높거나 혹은 한 단계 낮은 곳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여의도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IR을 진행하는데 63빌딩 컨벤션센터나 콘래드 등 호텔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63빌딩 컨벤션 센터의 경우 1인당 밥값이 중식당의 2배에 달해 IR 한 번에 약 120만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됩니다. 기업은 IPO 진행 시 기관투자자, 기자, 애널리스트, 일반투자자 등 최소 4번 이상의 IR을 진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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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IR대행사 관계자는 "IPO일정이 몰리며 장소 예약이 치열해졌다"며 "보통 2주 전에 예약하면 됐는데 이제는 한 달 전에 '가예약'을 거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현재 열을 올려야 하는 부분은 단지 IPO 일정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상장은 '끝이 아닌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큰 기업들을 피해 다니는 처량한 신세로 남아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 사이 인정받는 '알짜기업'으로 거듭날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