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삼성 IPO 때문에 8만원짜리 밥 사는 中企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4.11.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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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주변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차분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기업공개(IPO) 대목을 맞은 여의도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상장기업'으로 새해를 맞으려는 기업들이 몰리며 활기찬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말은 전통적인 IPO 성수기로 꼽힙니다. 12월을 넘길 경우 당해 실적 결산을 다시 해야 해 감사보고서 제출까지 4~5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지금까지의 연말과 사뭇 다릅니다.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 따른 증시 활황과 내년부터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풍문까지 겹치며 기업들이 여느 때보다 IPO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家' 형제들인 삼성SDS와 제일모직까지 상장 대열에 가세하자 이들을 피해 상장하려는 기업의 공모청약 등 IPO 일정이 한데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안 공모 일정이 확정된 기업만 33개에 달합니다. 청약 등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기업까지 포함하면 약 40개 기업이 12월 말까지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 중 6개 기업이 12월 8~9일에, 10개 기업이 15~16일에 공모 청약을 실시합니다.

이처럼 겹치는 일정 때문에 기업설명회(IR)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장소 섭외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일부는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이미 꽉 차있어 애초 생각했던 장소보다 급이 한 단계 높거나 혹은 한 단계 낮은 곳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여의도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IR을 진행하는데 63빌딩 컨벤션센터나 콘래드 등 호텔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63빌딩 컨벤션 센터의 경우 1인당 밥값이 중식당의 2배에 달해 IR 한 번에 약 120만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됩니다. 기업은 IPO 진행 시 기관투자자, 기자, 애널리스트, 일반투자자 등 최소 4번 이상의 IR을 진행하게 됩니다.


최근 만난 한 IR대행사 관계자는 "IPO일정이 몰리며 장소 예약이 치열해졌다"며 "보통 2주 전에 예약하면 됐는데 이제는 한 달 전에 '가예약'을 거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현재 열을 올려야 하는 부분은 단지 IPO 일정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상장은 '끝이 아닌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큰 기업들을 피해 다니는 처량한 신세로 남아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 사이 인정받는 '알짜기업'으로 거듭날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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