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디플레 공포 확산...스웨덴 '금리인상' 교훈은?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4.11.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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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2010년 선제적 금리인상에서 다시 '제로금리'...성급한 금리인상 디플레이션 자극

디플레이션 공포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디플레이션 공포를 더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경계감이 크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투자와 소비 위축에 따른 장기불황의 불씨가 된다. 채무자 입장에선 빚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1930년대 대공황,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이션에서 비롯됐다.



일본은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2년째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해 4월 마이너스(-)에 있던 물가상승률을 2년 안에 2%로 끌어올리겠다며 대규모 자금을 푸는 통화완화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1%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1%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고 시인한 셈이다.

미국도 디플레이션의 전조인 저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한동안 목표치인 2%를 밑돌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0)로 묶어둔 기준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 정상화(출구전략)가 금융시장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FRB가 지난달 FOMC 성명에 '상당기간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문구를 그대로 둔 것도 디플레이션 공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FRB가 내년 중반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저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양적완화 중단을 결정하는 데도 큰 이견이 없었다. 노동시장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스웨덴 중앙은행의 사례를 들어 디플레이션의 역풍을 경고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리크스방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했다. 4%가 훌쩍 넘었던 기준금리는 이듬해 1668년 은행 설립 이후 최저인 0.25%까지 뚝 떨어졌다. 2008년 12월에만 1.7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단행됐다.


리크스방크는 그러나 2010년 6월 다시 금리인상에 나섰다. 같은 해 성장률이 6.6%에 달했던 만큼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 아울러 스테판 잉베스 리크스방크 총재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신용확장으로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70%로 급증한 만큼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에서 불거진 재정위기가 리크스방크의 통화긴축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7차례에 걸친 금리인상 행진 끝에 스웨덴의 기준금리는 2011년 7월 2%까지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크스방크는 금융위기 역풍을 빨리 수습한 모범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돌변했다. 리크스방크는 한동안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2011년 12월부터 다시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달 유례없는 제로금리를 도입하기까지 모두 7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리크스방크는 적어도 2016년 중반까지 제로금리 기조를 고수할 전망이다.



'리크스방크 경제학상'이라고도 하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리크스방크의 금리인상 결정은 정말 쓸데없는 정책 실수였다고 일갈했다.

리크스방크가 통화정책을 이처럼 급선회한 배경에도 디플레이션 공포가 있었다. 스웨덴 경제는 지난해 1.6% 성장했고 올해와 내년엔 각각 2.1%, 3% 성장할 전망이지만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0.1%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물가상승률이 플러스(+)였던 적은 8달밖에 안 된다.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는 최근 "디플레이션은 확실히 걱정거리"라며 "당장 임박한 리스크(위험)는 없지만 디플레이션이 리스크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리크스방크의 성급한 금리인상 행보가 2가지 교훈을 준다고 분석했다.

우선 물가 전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온전히 가계부채나 자산거품을 통제할 수 있는 선제적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점이다.

위기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릴 게 아니라는 게 두 번째 교훈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FRB에 있는 이들도 리크스방크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FRB가 대공황 직후인 1937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가 미국을 다시 침체에 빠뜨렸다고 비난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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