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 'SK가스→케미칼' 지분이동 배경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성은 기자, 오정은 기자 2014.11.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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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한 계열사마다 '대박'에 시장눈길..SK케미칼은 투자보단 경영권 정비 가능성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44,950원 ▼50 -0.11%) 부회장이 SK가스 (164,400원 ▼1,000 -0.60%)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이 돈으로 SK케미칼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오너의 손짓 한번에 SK가스는 장중 하한가까지 급락한 반면 SK케미칼은 급등했다.

최 부회장은 SK 창업주이자 고 최종현 2대 회장의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의 셋째아들로 최신원 SKC 회장의 친동생이다. 최태원 SK 회장과는 사촌관계다.



이번 지분변동은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최 부회장 특유의 '투자 눈썰미'가 이번에도 큰 수익으로 연결될지 관심을 둔다.

◇최창원 부회장, 지분이동 소식에 SK가스 급락 =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이날 태영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SK케미칼 주식 62만3000주를 블록딜로 매입했다. 이는 SK케미칼 지분의 2.9%에 해당한다.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율은 기존 10.18%에서 13.17%로 늘었고 이에 따라 SK케미칼 자회사인 SK가스·SK신텍·SK유화 등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는 부수효과를 얻었다.

주식 취득 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SK가스 지분(6.1%, 53만3280주)을 전량 매각해 마련했다. SK가스 지분을 약 700억원에 팔아 400억원 가량은 SK케미칼 주식을 샀고 나머지 차액은 개인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입장에선 이번 이벤트가 통상적인 오너의 지분 변동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으나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르다. 우선 최 부회장은 주식을 사 모으는 계열사마다 주가가 급등했던 경력이 있다.


최창원 부회장 'SK가스→케미칼' 지분이동 배경은
이날 SK가스는 13.5% 급락한 11만5000원으로 마감하고 SK케미칼은 8.6% 급등한 6만5700원에 거래를 마친 것도 '미다스의 손'처럼 수익을 내왔던 최창원 부회장의 전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최 부회장은 2011년 4월 시간외매매를 통해 SK가스 보통주 52만8000주를 주당 4만1500원에 취득했다. 당시 취득 금액은 219억원으로 본인 자금과 SK케미칼 주식 담보대출로 마련했다.

SK가스는 최 부회장의 주식 매입 직후부터 2012년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후 2013년에 횡보하던 주가가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며 이달 19일 13만3000원까지 올랐다. 매수가격 대비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비상장 SK건설로도 대박 =최 부회장이 SK가스에 앞서 매입했던 SK건설도 가치가 크게 올랐다. 최 부회장과 SK케미칼은 2006년에 SK해운과 워커힐호텔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한 SK건설 지분을 매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당시 최 부회장은 195만주(지분율 9.61%)를 주당 5000원에 매입했다. SK건설은 비상장사여서 시장가격을 확인하긴 어렵지만 2009년 계열사간 거래 때 책정됐던 단가는 주당 5만100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다만 SK건설로 벌어들인 돈이 최 부회장의 지갑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해 SK건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회사주식 132만5000주(약 564억원, 주당 4만2572원)를 SK건설 법인에 무상증여했다.

손이 가는 계열사마다 주가가 급등했던 경력 때문에 최 부회장을 '미다스의 손'으로 일컫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번 'SK가스-SK케미칼' 지분변동으로 이런 관심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분 이동으로 최 부회장의 자금이 'SK건설→SK가스→SK케미칼'로 넘어간 셈"이라며 "SK가스에 최 부회장의 개인 지분은 없어졌지만 대신 SK케미칼이 SK가스 지분을 충분히 갖고 있어 경영권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투자를 큰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케미칼은 SK가스를 자회사(지분율 45.5%)로 두고 있는데, 본업보다는 SK가스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SK케미칼은 연결기준 5조5958억원의 누적매출액에 44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개별기준으로는 9141억원 매출에 179억원의 순익을 냈다. 반면 SK가스는 4조6067억원 매출에 6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배당여력이나 수익창출 능력을 보면 아직 SK가스가 낫다. 이 때문에 최 부회장이 '투자수익' 보다는 계열사 경영권 정비 차원에서 지분을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목적보다는 섀도보팅 등 대비한 경영권 강화에 무게 = 내년에 예정된 '섀도보팅' 폐지와 관련한 지분 확보 문제도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 매입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섀도보팅은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찬반투표 비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대주주 영향력이 과도해진다는 비판이 잇따라 폐지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와 함께 주총에 참석할 주주들의 숫자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주총 보통 결의는 발행주식의 25% 이상, 출석의결권의 50%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1/3 이상, 출석의결권의 2/3 이상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나 SK케미칼은 사정이 다르다. 올해 3분기말 기준 최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13.98%(291만여주)에 불과했다.

회사 입장에선 주총 정족수 미달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경영권 분쟁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SK그룹은 과거 소버린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던 '트라우마'도 있다. 최 부회장이 SK케미칼 지분을 추가 취득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오너 지분 변동이라는 이벤트 대신 기업의 본질가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실적 변동과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신규사업 추이를 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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