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고생기, "4개월 만에…"

머니투데이 김윤학 인스랩 대표 2014.1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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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인스랩은 미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이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현지 법인도 세웠다. 필자는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한 경험도 있어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 투자자와 미팅을 진행할수록 한국에서 세웠던 계획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로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다.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험난한 길을 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공확률을 적용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미국에 정착하기 조차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8월 미국 시애틀 현지 법인에 사무실을 얻은 뒤 사무실 가구를 배치하고 인터넷, 전화 등 설치를 완료하고 나니 내심 힘든 고비는 모두 넘기고 이제부터 달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지난 2개월 동안 20명도 넘는 투자자들을 만났다. 인스랩의 사업 아이템이라면 5개월 안에 투자 유치도 가능할 것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기대와 달리 보수적이었다. 투자자들은 인스랩의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기 보다 미국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출신 인재들이 팀에 포함돼 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투자자를 통한 자금확보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 정책자금지원과 금융기관의 융자 활용을 병행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책자금지원 담당 기관으로부터 '내년'을 기약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정책자금은 외국인이 지원받기 힘든 면도 있지만 인스랩의 올해 가용 예산이 소진됐기 때문이었다. 미국 법인 설립을 위해 자본금 5000만원을 준비했지만 4개월 만에 바닥을 보이고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남은 자금으로는 앞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해서 사무실만 남기고 모든 비용은 정리했다. 동업자 중 1명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정 든 미국 직원에게도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했다. 힘든 정리를 통해 앞으로 2~3개월은 더 버틸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입주한 건물에는 인스랩과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서 친해진 미국 스타트업들이 몇 군데 있다. 이들에게는 자금 확보 부분이 우리와 달리 어렵지 않은 듯 보였다. 이들은 기업과 정부로부터 지원금도 받았고 은행 융자도 확보하는 등 사업 시작과 함께 자금을 확보했다. 이러한 환경과 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미국 스타트업들이 부럽기만 하다.

또 네트워크도 좋은 것 같다. 투자자들과도 매우 친해 보였다. 바이어들과도 선후배 호칭을 하는 사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무엇인가가 앞으로의 사업진행에 믿음을 주는 것 같다. 이것이 우리가 한국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바로 '교감할 수 있는 문화'와 '오랜 시간 공들인 관계'다.

미국 진출을 하려면 시간적, 자원적으로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미국 시장에서는 큰 장애로 부각되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나씩 경험해봐야 하는 게 현실이라서다.

지금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인도 기업들을 보면 '기업 이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도 기업 한 곳이 정착에 성공하면 그 주변으로 여러 개의 인도 기업들이 생겼다. 기존 인력들과 인도에서 유입된 인력들이 계속 새로운 사업을 만들며 늘어가는 각개전투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인도 기업처럼 조금씩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 가는 전략을 우리도 배워서 활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을 기반으로 신규 스타트업이 현지에 적응해서 성공할 때까지 성공의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은 어떨까. 필요한 자본은 성공한 한국 기업에 파트타임 등으로 충당할 수 있게 하면 체류 기간이 늘고 결국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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