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일만에 수색중단 잠수부 "시신 발견하면 물 속에서…"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4.11.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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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정부가 지난 11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중단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이 이날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스1정부가 지난 11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중단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이 이날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스1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자신도 없고, 수색되지 않은 곳도 있기에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21세기에 '불혹'은 아무 나이도 아닙니다. 이제 겨우 마흔이 됐을 뿐인 남편을 보낸 아내는 단상에 서서 가져온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210일동안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이제는 흘릴 눈물도 없을 줄 알았던 그였을 터입니다. 단원고 인성생활부 고창석 선생님(40)의 아내, 민동임씨는 진도 실내체육관 무대 위 단상에서 담담하게 발표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수색작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지만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을 슬픔에 잠겨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이제는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되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어떠한 선택도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면 저희가 수중수색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사실 가족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족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날 발표하기 전부터 잠수사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와 사정을 많이 얘기했습니다. 가족들이 붙잡고 있는 유일한 희망인 SP1 격실이 이미 선체 내부 집기가 다 무너져 그 위에 쌓여서 들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입니다.

잠수사들은 사고 직후 현장에 내려와 수난구호명령을 받아 동원된 언딘과 88수중의 바지선을 설치한 뒤 잠수작업을 함께 해 왔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대가 없이 현장에 온 사람도 있었고 정부의 모집공고를 보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주축이 돼 88수중과 업무계약을 맺고 수색작업을 해 왔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역에서 한 잠수부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역에서 한 잠수부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실종자 가족들은 초반에는 조급한 마음에 "왜 다이빙벨을 넣지 않느냐", "들어가서 대충 시간만 때우다 나오는 것은 아니냐"며 잠수사들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는 잠수사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산소중독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는 잠수사, 수중 절단작업 중 산소 폭발로 인해 물속에서 사망한 잠수사… 이런 사람들을 원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수색작업을 시작한 지난 4월16일 이래 업무 도중 사망한 잠수사나 구조대원이 벌써 11명입니다. 또 다른 유가족이 겪을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수색을 지속하자는 얘기를 못 했습니다.

잠수사들도 실종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때문에 200일이 넘도록 진도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지난 6월 용접 방식을 사용해 수중 절단을 하다가 산소 폭발로 사망한 잠수사 이모씨(46)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언딘 소속 잠수사는 제게 "잠수사들은 시신을 발견하면 물속에서 울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시신에 대고 이렇게 말해요. '아이야, 아저씨가 구해줄게…빨리 나가자.' 그 어린 목숨이 물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갔을 고통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그렇게 울면서 시신을 꼭 껴안고 위로 올라와요."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는 서로에게 이해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못하겠다'는 잠수부들의 말에 가족들은 더 이상 첨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해 주신 88수중 관계자분들을 비롯, 민간 잠수사 분들께 고개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10일동안 가족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해주시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색작업에 임해주신 여러분은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자 영웅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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