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중단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이 이날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스1
21세기에 '불혹'은 아무 나이도 아닙니다. 이제 겨우 마흔이 됐을 뿐인 남편을 보낸 아내는 단상에 서서 가져온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210일동안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이제는 흘릴 눈물도 없을 줄 알았던 그였을 터입니다. 단원고 인성생활부 고창석 선생님(40)의 아내, 민동임씨는 진도 실내체육관 무대 위 단상에서 담담하게 발표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수색작업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지만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을 슬픔에 잠겨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이제는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되겠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어떠한 선택도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면 저희가 수중수색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잠수사들은 사고 직후 현장에 내려와 수난구호명령을 받아 동원된 언딘과 88수중의 바지선을 설치한 뒤 잠수작업을 함께 해 왔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대가 없이 현장에 온 사람도 있었고 정부의 모집공고를 보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주축이 돼 88수중과 업무계약을 맺고 수색작업을 해 왔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역에서 한 잠수부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산소중독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는 잠수사, 수중 절단작업 중 산소 폭발로 인해 물속에서 사망한 잠수사… 이런 사람들을 원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세월호 수색작업을 시작한 지난 4월16일 이래 업무 도중 사망한 잠수사나 구조대원이 벌써 11명입니다. 또 다른 유가족이 겪을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수색을 지속하자는 얘기를 못 했습니다.
잠수사들도 실종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때문에 200일이 넘도록 진도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지난 6월 용접 방식을 사용해 수중 절단을 하다가 산소 폭발로 사망한 잠수사 이모씨(46)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언딘 소속 잠수사는 제게 "잠수사들은 시신을 발견하면 물속에서 울어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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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에 대고 이렇게 말해요. '아이야, 아저씨가 구해줄게…빨리 나가자.' 그 어린 목숨이 물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갔을 고통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그렇게 울면서 시신을 꼭 껴안고 위로 올라와요."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는 서로에게 이해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못하겠다'는 잠수부들의 말에 가족들은 더 이상 첨언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했습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해 주신 88수중 관계자분들을 비롯, 민간 잠수사 분들께 고개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10일동안 가족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해주시고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색작업에 임해주신 여러분은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자 영웅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