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불 지키느라 147억불 못 연 한·중FTA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2014.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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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양허·협정제외 10.7억불, 中 공산품 양허제외 147.3억불에 달해

 11일 제주특별자치도청 정문에서 제주지역 20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제주특별자치도농업인단체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중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4.11.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1일 제주특별자치도청 정문에서 제주지역 20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제주특별자치도농업인단체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중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항의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4.11.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득실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실질적 타결 이틀만에 정부가 세부 양허 내역을 공개한 가운데 '지켰다'고 밝힌 농수산물시장 양허제외 규모보다 중국에 양보한 공산품 양허제외 규모가 무려 14배나 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오후 공산품·농수산품으로 나뉜 양허 내역을 추가 공개했다. 종전 '상품양허'로 묶어 발표했던 것과 달리 품목을 분류하고 세부 품목까지 밝혔다. FTA 실질적 체결 발표 후 만 하루가 지난 시점이다. 기업은 물론 농가까지 모두 득실의 계산기를 두들기는 참이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지켰다'고 표현한 농수산품 양허제외 품목은 총 596개 품목이다. 금액으로는 9억9000만달러(1조800억원) 정도다. 세부 품목을 살펴보면 △고추·마늘 등 양념채소 △배추·당근 등 밭작물 △인삼류 △사과·배 등 과일 △밤·호두 등 견과류 △간장·된장·고추장 등 가공식품 △갈치 등 수산품목 등이다.

민감할 수 있는 품목들은 거의 모두 제외됐다. 정부가 "수입액 기준 30% 양허제외는 역대 FTA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큰 수준"이라고 자부할 법 하다. 여기에 쌀 16개 품목(8000억달러)은 아예 협정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적 우려'에 총액 10억7000만달러 가량을 사수한 셈이다.



산업부는 앞서 FTA체결을 발표하며 "공산품 분야에서도 공세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농산물에 대한 국내적 우려는 최대한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한 공산품 양허제외 목록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한국은 관심사였던 자동차 등 총 210개 품목, 28억달러어치를 지켰다. 반면 중국이 양허제외로 닫아 건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냉연강판(합금강) 등 무려 509개 품목 147억3000만달러어치에 이른다.

농산물 시장과 공산품 시장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산품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농산물 시장을 지켰다는 정부의 설명은 적어도 양허제외 규모와는 괴리가 크다. 한국 정부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공산품 부문에서 중국은 147억달러, 한화 16조원 규모 시장을 지킨 대신 한국은 공업국임에도 불구하고 농산품 시장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을 지키는데 그쳤다.


물론 농산물과 공산품의 파급효과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한 관료출신 FTA 전문가는 "정부가 지킨 양허제외 30%는 상당한 수준"이라며 "주요 농작물의 관세가 없어질 경우 30%는 금세 80~90%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 개방도 전략적 판단 아래 포기했다는 것이 산업부 측의 설명이다. 한국 정부는 자동차를 먼저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했다. 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가 철폐된다면 중국에 이미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은 이익이 미미한 반면 역시 중국에 공장을 둔 유럽 업체들로 인해 국내 완성차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FTA 이익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한 통상전문가는 "FTA 협상결과가 한 쪽으로 기운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국회 비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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