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내 텃밭이 가져다 준 주민행복"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2014.11.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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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짱']<8>서울 성동구 '행당대림아파트'

편집자주 주택이 '사는'(buy) 집에서 '사는'(home) 집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아파트 주거율이 50%를 넘으면서 층간소음 등의 문제가 불거지는 등 주거의 질 향상과 관련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를 우리 아파트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우리 아파트 '짱']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자랑할 수 있는 독자참여형 코너다. 에너지절약형시스템, 커뮤니티, 재능기부 등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우수성을 머니투데이에 제보하면 소개될 수 있다.

행당대림아파트 전경./사진=박성대행당대림아파트 전경./사진=박성대


아파트 단지 내 버려진 테니스장이 텃밭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이 채소를 가꾸고 있다./사진=박성대 아파트 단지 내 버려진 테니스장이 텃밭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이 채소를 가꾸고 있다./사진=박성대
"단지가 생길 무렵(1999년 4월 입주)에는 아파트에 스포츠시설로 테니스장이 들어가는 게 당연했었다. 하지만 요 몇 년 새 테니스장을 아무도 쓰지 않으니까 관리도 안되고 쓰레기는 쌓이고… 나중에는 아이들 탈선장소로 이용되는 걸 보고 주민들이 이건 아니다 싶어서 주민대표, SH공사, 어머니회 등과 여러 차례 논의 끝에 내놓은 해답이 바로 '텃밭'이었습니다." (박인범 행당제2동장)

지하철 5호선 행당역 입구에서 2분 거리에 위치한 행당대림아파트. 총 3040가구로 이 지역 일대 단일 아파트 중 규모가 가장 큰 단지다. 이 아파트는 전체 가구 중 1005가구에 달하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마을공동체 조성 모범사례로도 유명하다.



잡초가 우거지고 쓰레기 무단투기 및 청소년 탈선장소로 방치되던 단지내 테니스장이 주민들을 위한 도심속 마을 텃밭으로 가꿔지면서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스스로 높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행당대림아파트 1~4단지 '마을텃밭'은 주민자치회에서 지난 3월 공동주책 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제출하면서 첫 걸음을 뗐다. 아이디어 구성, 텃밭내 키울 식물 선정, 기초 예산 마련은 주민들 스스로 모두 준비했다. 4월 사업 제출안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마을텃밭 조성이 시작됐다.



은희령 행당대림 1~4단지 주민대표회의 부회장은 "초기엔 주민들 중에서도 일부 반대하시는 분들을 설득도 하면서 텃밭에 키울 재배종을 심어도 보고 비료 등을 지원받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는데 애를 썼다"면서도 "현재 임대아파트뿐 아니라 일반아파트 주민들도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대표회의에 이 텃밭의 개인 경작지를 빌리는데 드는 금액은 한 해 총 4만원. 농작물에 필요한 물 값도 안되는 셈. 10여년전부터 서울 외곽에 위치한 가족농장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 비슷한 크기의 땅을 빌리는 데만 드는 비용은 12만~20만원에 달한다.

은 부회장은 "주말에 차 막히는 것을 감수하고 농경작물 관리를 위해 이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집 앞 텃밭에서 이렇게 오고 싶을 때마다 와서 관리하는 점에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경쟁률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행당대림아파트 1~4동 주민대표회 임원 및 주민./사진=박성대행당대림아파트 1~4동 주민대표회 임원 및 주민./사진=박성대
마을 텃밭에서 어린이집 원아들이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사진=성동구청마을 텃밭에서 어린이집 원아들이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사진=성동구청
마을텃밭은 현재 입주민 54가구에 분양돼 야콘, 고추, 상추, 토마토, 가지, 오이, 땅콩 등 특색 있는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텃밭 일부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해 경로당과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등 이웃과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역할도 해나간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친환경 텃밭을 위한 운영수칙도 자율적으로 정해 철저히 지키고 있다. 텃밭은 1년씩 경작하되 경작자는 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로테이션 방식으로 그 해 경작자는 다음해에는 경작할 수 없기에 소외되는 가구 없이 텃밭 주인이 될 수 있다. 친환경 퇴비 사용, 음주 행위 금지 등 텃밭을 지키기 위한 수칙도 정했다.

이 텃밭은 도심속 자연체험 학습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지난 7월에는 튼튼삐아제 어린이집 원아 20명이 마을텃밭을 찾아 도심속 농촌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인범 행당제2동장은 "집 앞 텃밭에서 농작물을 직접 길러 먹으니까 건강에도 좋고 믿을 수 있어 주민들의 호응이 크다"며 "주민 간 화목과 소통에도 큰 몫을 하며 아파트 내 유휴공간을 유익하게 활용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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