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집을 사거나, 월세를 살거나"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4.11.0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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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의 리얼톡(Realtalk)]'전세 소멸' 속도 너무 빨라‥서민 충격 덜 연착륙 방안 필요

"빚 내서 집을 사거나, 월세를 살거나"


'미친 전셋값'이 진정되길 기대하는 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정부조차 '시대적 흐름'이라며 두 손을 들고 말아서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미친 전셋값의 해결책이라며 내놓은 '10·30 전·월세대책'(서민주거비 부담완화방안)은 포장만 전·월세대책일 뿐 실상은 월셋집 공급 확대와 월세자금 지원 등을 담은 월세대책이었다.

당초 정부는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 전세시장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등 가계부채 안전핀까지 뽑아버렸다. 전세 세입자들이 빚을 내 집을 사면 자연스레 수요가 감소해 미친 전셋값도 진정될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였다.



하지만 고삐 풀린 전셋값은 정부의 이 같은 '장밋빛' 기대를 뒷발로 차버렸다. 최경환경제팀 출범 이후 전셋값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계속 올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70%를 넘어섰고 최근엔 가을이사철과 맞물려 오름폭을 더욱 키웠다.

가뜩이나 전세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촉진, 청약제도 개선 등 매매일변도의 부동산대책으로 신규수요를 부추긴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셋값이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곳곳에서 매매일변도의 부동산대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것이 이번 '10·30 전·월세대책'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전세가 아닌 월세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저금리 시대의 구조적인 변화인 만큼 이를 수용하는 대신 서민들의 월세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한 마디로 '전세가 부족하니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월세를 장만하라'는 셈이다.

사실 전세난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을 막기 힘들 뿐더러 당장 공급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어서다. 그렇다고 전세난을 방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이라도 공공임대주택의 전세비중을 확대하고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분산할 수 있는 세제혜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세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집값 불안심리와 함께 취득세, 재산세, 관리비 등 주거비 부담도 한 몫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당장 내년에 더 심한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세 소멸'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그 변화 속에서 서민들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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