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웅 기아차 사장 사퇴 경종 "이대로라면 디트로이트 전철"

머니투데이 양영권,김남이 기자 2014.10.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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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대표적 노사 전문가 "불합리한 관행 개선 안돼 사퇴로서 종언"

이삼웅 전 기아자동차 사장. /사진=기아자동차 제공이삼웅 전 기아자동차 사장.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해마다 파업을 거듭하는 관행에 이제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된다."

이삼웅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31일 기아자동차 파업으로 1조원 넘는 매출 차질이 빚어진 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후임에는 재경본부장인 박한우 사장이 임명됐다.

이 전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노사 전문가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북부지역본부장을 맡으며 산업계에 투신했다. 이후 기아차 소하리공장장, 화성공장장 등을 지냈다.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는 2011년 4월 취임했다.



직접적인 사의 배경은 지난 5월29일 이래 152일을 끈 올해 임금·단체협상이다. 현대차 122일보다 한달여 가량을 더 끌었다. 기아차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총 96시간의 파업을 단행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노조의 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쏘렌토와 카니발 들 신차를 중심으로 6만9350대 생산 차질과 1조1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빚어졌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8일 기아차 임금 단체협상이 최종 타결되자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에게 사의를 밝혔다. "사장 취임 후 4년 동안 불합리한 노사 관행을 개선하려 노력했지만 올해도 협상이 장기화되고 파업까지 빚어져 사퇴로서 경종을 울리려 한다"는 게 사퇴의 변이었다고 한다.



이 전 사장은 정 회장 등이 만류했음에도 뜻을 거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기아차 소하리 공장장 시절에도 한 차례 노사 협상 타결이 지연된 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적이 있다.

이 전 사장은 "현재와 같은 노사 관행을 바로잡지 않으면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미국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현대차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은 강직한 성격으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며 "노사관행을 바꾸지 못하고 아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후임 박한우 사장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주로 재경 부문에서 근무해 온 재무통이다. 현대차 인도법인 재경담당 임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인도법인에서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기아차 재경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7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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