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이 벤츠타고 다니는 세상 만들기

머니투데이 허의남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4.1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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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캐리커쳐=임종철 디자이너/캐리커쳐=임종철 디자이너


필자는 2000년도 초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을 나섰다. 기술 개발에 성공해 한 업체에 기술을 판매했고 이후 판로 확장을 위해 마케팅 업체를 만났는데 7:3이라는 수익 분배 조건을 듣고는 결국 사업에 대한 꿈을 접고 연구하는 일에 전념하게 됐다.

그 당시엔 '개발은 내가 했는데 개발자에게 고작 30% 수익만 배분한다'는 말에 분개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공학도에 불과했던 필자는 개발자의 가치를 30%만 인정하는 사회가 야속했었다.



물론 꿈같은 얘기겠지만 지금도 사실은 최소 5:5의 수익배분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공대 출신 개발자가 돈 벌어 벤츠타고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게 내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창조경제가 강조되고 있는 지금이 개발자가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기회의 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정부는 창조 경제의 핵심인 인재양성과 신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가 정신 교육, 대학 내 무한상상공간 마련,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창조혁신센터 설립, 산업과 학문의 융합 등 다방면에 투자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튼튼한 창조경제를 위한 지(知)테크 사회의 시발점이라 본다.



재화로 재화를 모으는 재(財)테크 사회는 점차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현 경제 상황에서 매우 위험하다. 이에 비해 지식이나 아이디어로 가치를 창출하는 지테크 사회는 우리 사회가 보다 창조적이며, 투명하고, 과학적 증거 기반이 튼튼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할 수 있다. 지테크 사회에서는 개인의 아이디어에 기반 한 소규모 산업이 생겨나 저성장 경제 국면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줄 것이라 본다.

이제는 보다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지식들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거래되는 시장(지테크 거래소)이 만들어져야 한다. 1000원 짜리 지식이나 아이디어면 어떤가? 생필품 등 다양한 물건은 각각의 가치로 평가되고 거래되고 있지 않는가?

아이디어의 발현부터 제품화까지 각 단계에서 경제적 가치를 세분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 지테크다. 지테크야말로 창조경제를 튼튼히 하고 우리경제에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해줄 아이템이 아닐까 제안해 본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최한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연구 센터 대학생들로부터 이제 공학도들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고 성공 사례도 전수받아 도전할 의욕이 생겼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2박3일의 기업가정신 교육은 1000여명의 ITRC 연구원들의 도전의식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 맥락에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창조경제 교육에서부터 지테크 거래소 조성에까지 심혈을 기울여 대한민국이 부강해질 수 있도록 투자와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

공대생을 비롯한 다양한 대상을 상대로 한 기업가정신 교육, 다양한 수준의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지테크 거래소, 새로운 아이디어의 현실화를 위한 대학과의 연계 및 정량적 결과물 뿐 아니라 과정의 완성도, 새로운 프로세스의 제안 등이 인정받도록 하는 평가체계의 변화도 기대한다.

대내외적으로 분명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려울수록 기반 조성에 노력을 다해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들이 세계적 가치를 발휘하고 국민들 또한 이에 찬사를 보낼 멋진 대한민국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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