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사회 '5성급 호텔' 수준으로 짓겠다"

머니투데이 부산=류준영 기자 2014.10.24 17:57
글자크기

[2014 ITU 전권회의]이재섭 ITU 신임 표준화총국장…"다수 표준화 기구와 협력"

ITU 표준화총국장 선거에 출마한 이재섭 KAIST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23일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한국 정부 주최 선거오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미래부ITU 표준화총국장 선거에 출마한 이재섭 KAIST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23일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한국 정부 주최 선거오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미래부


이재섭 KAIST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 직함이 24일부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표준화총국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TU 표준화총국장 선거에 출마한 이 연구위원은 '난적'인 터키의 아흐멧 에르딘 ITU 설립 150주년 이사회 부의장, 튀니지의 빌렐 자모시 ITU 표준화총국 연구분과장 등과 경합을 벌여 169표 중 총 87표를 얻어 당선됐다.

한국인이 ITU 고위직에 진출한 건 ITU 출범 149년만에 처음. 특히 표준화총국장은 이동통신과 인터넷(IP)TV, 정보보호 등 글로벌 ICT 표준을 결정하는 중책인 까닭에 국내 ICT 기업들에게 그의 당선은 축하 현수막을 내걸 정도의 큰 낭보다.



이 국장이 이끌 ITU-T 정책은 ICT 산업뿐 아니라 국제정치, 경제적으로 중요한 방향을 결정한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4년 동안이지만, 연임이 가능해 최장 8년 동안 글로벌 ICT 표준화 부문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신임 총국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응용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지만, 시장을 앞서서 개척하거나 글로벌 아젠다를 제시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며 ""맞아! 그건 한국이 먼저 시작했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ITU가 통로가 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총국장은 재임기간 '표준화기구 간 협력'과 '신뢰 기반 지식정보사회 구축' 등 2가지 비전을 세우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표준화기구 춘추전국시대 "협력물꼬 트겠다"

ICT 표준 부문에선 ITU가 독보적 존재였다. 하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정보통신 개방화 물결로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기구가 우후죽순 늘었고, ITU는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ITU의 존재가치도 많이 희석됐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는 이 표준 저기는 저 표준, 그러면 기업들은 어떤 것을 적용해야 하나요. 표준은 국가나 특정기업 차별 없이 모두 적용할 수 있어야 되죠. 앞으로 ITU는 표준개발에 있어 공공성을 갖는 민간표준기구나 각종 포럼들과 잘 협력해서 고품질의 표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잘 만들어 나갈지 고민할 겁니다. 궁극의 과제는 그들(민간기구)과 함께 이 세상을 유익하게 만들 표준을 어떻게 잘 만드는가겠죠. 굉장한 도전이 될 거예요"

◇사이버세상 5성급 호텔수준 견인

이 총국장은 최근 ICT 시장 핫이슈인 '보안'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 시간 상당 부분을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온라인 세상과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해킹 등에 할애했다.

"앞으로 인터넷 정보사회 패러다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총장은 공격자와 방어자, 이런 2차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보안 개념은 의미 없다고 역설했다.

"방패(보안시스템)를 잘 만들어도 한 달만 지나면 어마어마한 창(해킹)에 무용지물이 되죠. 이렇게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지루한 싸움은 해결점이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그러면 이런 식으로 대응해 가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이 생기죠."

이 총장은 근본적인 치유법으로 안정적인 지식사회로 이끌 '신뢰시스템' 구축이 우선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5성급 고급호텔 로비에 휴대폰을 놓고 나온 경우와 서울역 지하철에 휴대폰을 놓고 나온 경우를 함께 가정해보죠. 대부분 사람들은 고급호텔에서 휴대폰을 찾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겠죠. 양쪽 모두 CCTV가 설치돼 있고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들은 서울역이 훨씬 더 많은데도. 왜 그럴까. 그건 고급호텔 로비의 신뢰도가 훨씬 더 높기 때문이죠. 이렇듯 신뢰 레벨이 높은 정보 환경을 구축한다면 지금과는 나은 지식정보사회가 될 거예요. 사이버 상의 신뢰 메커니즘을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해석하고, 그것을 표준으로 끌어낼 겁니다."
TOP